[본 기사는 04월 1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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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앞두고 국내 기관 및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본격화 움직임에 따라 한국물이 '세이프 헤이븐(안전 투자처)'으로 인식되는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국물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도 낮아져 발행조건도 상당히 좋은 상황이다.
17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외채권을 발행한 한국 기관은 4곳으로 지난달(2건)에 비해 활기를 띠고 있다. KT는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10억달러 어치를 발행했고 신한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좋은 조건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2~3월은 사업보고서 효력 기간이 끝나 일반기업들의 발행이 없는 전통적 공백기이기도 하다"면서 "정부의 외평채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외평채 발행 전에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기관들은 4~5월 사이에 일정이 집중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최근 KT가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된 투자자 모집에서는 전세계 163개 기관이 참여해 40억달러(4조15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을 쏟아냈다. 이달 초 신한은행이 5억달러 규모의 달러채권을 발행할 때도 발행금액의 5배가 넘는 27억달러가 몰렸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글로벌본드 발행 준비를 마치고 투자자 모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오는 6월 중에 15억~2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큰 규모이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무난히 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이 발행을 준비 중인 후순위 글로벌본드도 시장의 관심사다. 이번 후순위채는 새로운 은행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시행 이후 국내 은행이 처음으로 발행하는 조건부자본 채권이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미국 테이퍼링 이슈가 구체화되면서 한국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예전보다 더욱 호의적으로 변했다"면서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안전자산(safe haven)으로 인식하면서 다른 발행국가의 채권에 비해 성과가 월등하다"고 말했다. 세이프 헤이븐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최근 3억달러를 조달한 수협은 최초 제시금리보다 0.25%포인트나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고 KT와 신한은행, 한국가스공사 등 올해 달러채권을 발행한 대다수 한국 기관과 기업들은 가산금리를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2분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G3 통화(달러·유로·엔)로 발행하는 채권 규모는 500억달러(약 5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된 420억달러보다 19.5% 증가한 수치다. 외평채 등을 감안하면 2분기 발행 예상액 가운데 한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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