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놀랍게도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기업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무려 316개로 전체 상장 종목의 18%에 달했다.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대상 기업 중 31%(113개 종목)가 사상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140개 기업이 1분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과 2011년에는 중국이 연 10% 이상 고속 성장을 구가하면서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초대형 기업들이 5배에서 20배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으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기업들 특징은 그때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성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째 그룹은 중국 경제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의 핵심을 투자와 수출보다는 중산층 소득 증가와 내수 진작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 기업, 주로 중국 소비의 양적ㆍ질적 성장과 관련된 기업이 큰 성장을 구가하게 되었는데 이 기회를 잘 활용한 기업들이다.
둘째 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바일 인터넷의 세계화와 일상화라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 추세를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첫째와 둘째 그룹은 전통적으로 한국 투자자가 선호하는 테마인 성장 전망, 다시 말해 이익 모멘텀이 좋은 기업들이다.
셋째 그룹은 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한동안 외면받았던 시멘트, 제지, 가구, 페인트 등 소위 사양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인데 놀라울 정도로 수익을 회복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장기간 계속된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과 성장 역량을 확보한 기업들을 시장이 알아본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중소형 지주회사나 우선주처럼 투명해진 회계와 저금리로 돋보이게 된 배당의 가치가 재해석되며 주가가 상승한 그룹이다. 저금리인 데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황이다 보니 과거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배당의 가치가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 시장은 성장 동력의 부재로 전체 기업 이익이 정체돼 있고 배당성향마저 하락해 지수는 부진한 반면 기업별로는 활발한 시가총액의 재편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최근 특징이다.
주식시장은 투자 매력을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어떻게 늘려가고 또 배분하느냐를 정하는 게임의 장이다. 얼마 안 되는 성장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급성장하는 기업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서 산업 내 자기 몫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 그리고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을 주주 친화적으로 유지하거나 올려주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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