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3조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수의 대부분이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이뤄진 만큼 코스피가 2050~2100선까지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돼야 하며 프로그램 수급 개선을 위해서는 외국인 선물 매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32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97%인 3조3975억원은 프로그램 매매로 나타났다. 사실상 최근 외국인 매수의 대부분이 프로그램 매매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신흥국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프로그램 거래로 기계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000선을 전후로 쏟아지는 펀드 환매 물량에 의한 투신권의 매도 공세와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ㆍ중수익 추구 운용전략을 뛰어넘어 추가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프로그램 수급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4거래일 연속 13조9006억원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1849에서 2059로 20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을 때도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가 9조3004억원(66.9%)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외국인의 강력한 프로그램 순매수가 이어지려면 먼저 선물 대량 매수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가 현재 수준보다 크게 벌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파생담당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 평균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는 1.45포인트로 베이시스가 이 수준을 상회할 경우 최대 10조원 안팎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폭발하면서 코스피가 직전 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260.70, 코스피200 현물지수는 259.66으로 시장 베이시스는 1.04포인트다. 최근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오락가락하면서 선물지수가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선물시장에서 3조5000억원가량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9일부터 17일까지는 1조50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60포인트 이상 올랐던 코스피가 최근 잠잠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 기간 동안 3.5% 상승했던 코스피는 최근 매도 국면에서는 0.3% 하락했다.
코스피는 18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2.23포인트(0.61%) 오른 2004.28로 6거래일 만에 다시 2000선을 회복했지만 2000선 지지 여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외국인이 원화 강세 국면에서 선물을 대량 매수해 온 만큼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가 외국인 수급 전망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심 연구원은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 차익거래 진입은 원ㆍ달러
■ <용어설명>
▷프로그램 매매 : 개별 종목을 사고 팔듯 여러 주식으로 구성된 주식 바스켓을 한꺼번에 사고 파는 매매방법. 주로 주가지수 선물과 현물 주가(코스피200지수)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현물과 선물을 연계 거래해 차익을 남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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