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흡연 피해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KT&G에 책임이 없다"는 확정판결을 내린 것이다. 만약 KT&G가 패소했다면 연이은 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물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비록 건강보험공단이 14일 추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지만 KT&G 측은 확정판결로 볼 때 "시장에서 더 이상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11일까지 외국인들은 16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14일 소송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KT&G는 장중 52주(1년) 신고가(8만3400원)를 찍은 뒤 주가 변화 없이 장을 마쳤다.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백복인 KT&G 전략기획본부장(전무ㆍ49)은 "건보 소송은 기존 개인 소송과 법리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불필요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략최고책임자인 그는 "담배업계는 매년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으로 1조6000억원을 내는데 이 중 1조원가량이 건보 재정 지원에 사용된다"면서 "건보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면 소송보다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건강증진부담금의 합리적 사용이나 담뱃세 인상 등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KT&G 측 생각이다.
KT&G는 지난해 크게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 3조8219억원, 영업이익 1조13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1%, 2.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예측보다 선방한 수준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선 금연 등으로 한계에 이른 국내 담배사업과 수출 부진, 자회사 부실 등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이에 백 본부장은 국내 사업은 물론 해외 부문도 큰 문제 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해외 담배 판매 부문은 작년보다 3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주춤했던 중동시장과 성장해온 러시아시장 등 주력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담배 부문 역시 "과거 한때 시장 점유율 50%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61.7%로 끌어올린 노력을 봐달라"고 했다.
지난 3년간 600억원대 적자를 낸 화장품 자회사 KGC라이프앤진과 지난해 이익성이 후퇴한 계열사 영진약품 등을 두고도 "장기 성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본부장은 "화장품과 제약사업은 그룹 미래 성장 잠재력 강화 차원에서 진출한 것"이라면서 "우려가 있지만 길고 멀리 보는 원칙경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장기 차원에서 기존 사업과 연관성ㆍ시너지 극대화 등을 고려한 성장전략을 고심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KT&G는 올해도 사업 안정성을 기반으로 같은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2월 KT&G는 주당 3200원
백 본부장은 "주주 이익 환원과 관련해 고배당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라면서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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