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성동에서 8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박창호 씨(39)는 요즘 애가 탄다. 전세금이 너무 많이 올라 내 집을 사기로 마음 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청약경쟁률이 바로 복병이다. 박씨는 올해 네 차례나 청약에 나섰지만 수십대1에 달하는 경쟁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첨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 지역 지난해 평균 청약경쟁률은 7.29대1로 2012년 3.72대1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대구에 공급이 늘면서 호황세가 전년보다 꺾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지난 1월 분양한 '대구월성 협성휴포레'가 최고 27.6대1, 평균 1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범어 화산샬레' 평균 33.5대1 △'침산 화성파크드림' 38.4대1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청약을 마감한 '오페라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는 409가구 모집에 3만1436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76.9대1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부산은 지역별 온도차는 있지만 청약열기가 대구 못지않다. 지난 2월 분양한 부산 '사직역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는 232가구 모집에 1만1680명이 몰렸고 3월 분양한 주상복합 '더블유'도 대형 면적형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와 부산의 분양 열기에 대해 공급부족ㆍ전세난ㆍ착한 분양가의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기존 공급이 적어 대기수요가 쌓인 상태에서 산업단지와 혁신도시 등 구매력 있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분양시장 열기가 뜨겁다"고 분석했다.
반면 청약불패 지역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미지근한 모습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을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는 전체 13개 주택형 중 6개만 1ㆍ2순위에서 마감됐다
GS건설이 강남구 삼성동 개나리6차를 재건축한 '역삼자이'는 전용 114㎡ 중대형 86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서 3순위에 가서야 간신히 마감했다.
[고재만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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