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창구에는 보유 주식을 대여할 수 있도록 대여계좌로 등록하겠다는 신청이 늘고 있고, 관련 문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 주식대차잔액은 14억1030만주, 46조3332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주식은 32.9%, 금액은 37.1%나 급증했다.
주식대여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은 롱숏펀드, 헤지펀드 등이 늘어나면서 주식을 빌리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늘어나면서 공매도를 하려 해도 팔 주식을 구하기가 어렵자 다양한 공매도 종목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까지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증권사들도 주식대여를 중개하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이벤트까지 내걸고 개인투자자들의 계좌를 대여계좌로 등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증시마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주식대여로 수수료 수입을 얻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식대여가 활발해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주식대여 수수료는 일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코스피100 안에 드는 대형주는 연 0.2~1%, 코스피200 안에 드는 종목은 연 1~2%, 코스닥 종목은 연 3%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대여만 잘 활용해도 은행 예금이자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1% 수익률에도 민감한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인 셈이다.
과거에 비해 주식 회전율이 줄어든 것도 주식대여 증가의 배경이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 경우 언제 팔지 모를 주식을 빌려주기 쉽지 않지만, 1년에 두세 차례 매매하는 투자자라면 보유 기간 느긋하게 주식 대여에 나서도 되기 때문이다.
조훈희 한국투자증권 WM전략부 차장은 "목표수익이 낮아지면서 연 1% 안팎 주식대여 수수료라도 챙기려는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억대 주식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주요 대여자"라고 전했다.
주식대여를 하고 싶으면 거래 증권사 창구를 방문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대여 약정을 맺기만 하면 된다.
주식대여 거래 계좌로 등록되면 보유 종목에 대한 대여 수요가 있을 때 자동으로 주식이 대여되고, 수수료가 입금된다. 주식을 대여했더라도 매매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유 종목을 처분하면 주식은 자동으로
주식을 대여할 때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안전장치를 하기 때문에 주식을 떼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 <용어 설명>
▷대차잔액 :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후 다시 사들이지 않은 물량으로 대차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은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