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07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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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각을 검토중인 아주캐피탈을 시작으로 캐피탈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기업의 어려운 상황과 업황 악화로 대기업계열 캐피탈사들이 줄줄이 매각 '러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물로 나올 수 있는 회사로는 아주캐피탈과 KDB금융지주 계열인 KDB캐피탈이 꼽히고 있다. KDB캐피탈은 대기업계열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개편방안에 따라 일찌감치 매물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아주그룹은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T캐피탈도 조만간 매물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T가 '선택과 집중’ 원칙을 천명하면서 비주력 자회사 정리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최근 KT ENS사태로 인한 신용도 하락과 조달금리 상승으로 KT캐피탈·KT오토리스 등 여신전문금융 자회사들이 순식간에 경영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최근 KT캐피탈이 보유하던 비씨카드 지분(69.54%, 305만9560주)을 모두 넘겨받아 자회사로 만든 것도 KT캐피탈을 정리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효성캐피탈도 잠재적인 매물 후보로 꼽힌다.
캐피탈업계는 영업과 조달 양쪽에서 압력을 받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캐피탈사는 신용카드사와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를 결정하는 신용등급이 경영지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지주계열과 대기업계열 일색인 것도 모기업의 신용도를 활용해 낮은 금리에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캐피탈 업계는 한때 저축은행과 비슷한 소매금융 금리를 받으면서 조달금리는 저축은행에 비해 2~3%포인트 낮아 수익성이 높았다. 현대캐피탈·아주캐피탈 등 자동차할부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2금융권 대출을 '약탈금리’로 규정하고 이자율에 직·간접적 간섭을 시작하면서 업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유영역인 할부금융과 리스업에 대한 규제도 더해지면서 캐피탈사의 영업환경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아주그룹이 업계에서 '알짜’로 꼽히는 아주캐피탈을 내놓은데도 이러한 업황 악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모기업의 규모가 KT·롯데 등 다른 회사에 비해서 작아 금리인상 충격이 올 경우 대처가 어려운 까닭도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캐피탈업계(할부금융·리스) 전체 운용수익은 1년동안 하향곡선을 그린 끝에 1조677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2011년 4분기 운용수익이 1조804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분기만에 7%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운용수익률도 11.5%에서 9.4%로 2.1%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나날이 더해지는 정부규제로 수익 감소폭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할부금융·리스·신용대출·담보대출 등 광범위한 분야에 발을 걸친 캐피탈업계의 특성상 규제에 따른 여파도 더 크다는 지적이다.
캐피탈사는 이미 지난해 3월 할부취급수수료 폐지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아주캐피탈을 비롯해 JB우리캐피탈, KB캐피탈 등 자동차할부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는 금리에서 최소 1~2%포인트의 손해를 보면서 수익성 악화를 감당하고 있다.
리스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독당국은 연초부터 '리스 관행개선 테스크포스’를 꾸려 리스업 전반의 수수료 체계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현재 중개수수료와 금리를 모두 공개하는 할부금융처럼 리스 수수료도 개편될 경우 수익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 '큰 장’이 예고돼 있지만 캐피탈사들이 시장에서 인수자를 찾기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거시경제전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대기업들이 금융업 확대에 관심이 없고 대형 금융지주들도 이미 계열 캐피탈사를 보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피탈사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신한금융 정도가 인수유인이 있을 것”이라며 “잠재적인 매물은 많은데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업계처럼 일본계 자본 등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갈 여지도 많다. 캐피탈업계에는 이미 한국씨티금융지주와 일본의 오릭스그룹, 외국 완성차업체 등이 진출해있고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는 최근 홍콩계 자본에 매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 신용도가 중요한 여신전문금융사 특성상 국내에서 인수후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사까지 외국자본에 내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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