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 전반적 실적 악화 충격에서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몇 종목들은 증권사들이 잇달아 지난해 말보다 개선된 1분기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과 에스원, 지주사 CJ 두산 등이다. 어닝시즌에서 눈여겨볼 종목들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과 지난달 말 증권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급상승했다. 지난해 말엔 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석 달 새 261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예상 밖으로 1분기 대한항공 화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대로 실적에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발표자료상 1월과 2월 대한항공의 화물 수요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각각 18%, 15% 증가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에서 반전된 것으로 '깜짝 실적'이란 평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저조했던 화물 수요의 기저효과와 일회성 수출 수요 증가 등이 작용했다"면서 "1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으로 기대치를 웃돌겠지만 화물 수요 증가세는 오래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삼성의 보안 계열사인 에스원 역시 전망치가 밝아진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말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381억원에서 지난달 말 458억원으로 20.2% 증가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에스원에 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보안 상품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건물관리사업 매출도 잡히기 시작한다"면서 "4516억원 매출액과 472억원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지주사 두산과 CJ도 지난 분기 실적을 통해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산과 CJ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말 각각 2034억원, 2334억원에서 2523억원, 2808억원으로 증가했다. 24%, 20.3% 증가한 전망치다.
두산은 지난해 9월 관련 매출 국내 1위인 두산산업차량을 신규 편입한 효과와 두산건설ㆍ두산인프라코어의 회복 등이, CJ는 CJ E&M과 CJ제일제당의 실적 반등과 비상장 자회사 올리브영ㆍ푸드빌 성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 종목과 달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전차주(電車株)'는 1분기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발표하기 전 영업이익 추정치는 9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8조4000억원대로 낮아졌다. 모바일 부문과 반도체 부문에서 특별한 판매 반등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역시 후퇴하기보다는 영업이익 2조원 안팎 '선방'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공통적으로 2분기가 올해 실적을 점칠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출시된 갤럭시S5, 현대차는 신차 뉴LF쏘나타라는 모멘텀이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갤럭시S5와 뉴LF쏘나타의 판매 상황이 올 한 해 실적을 판가름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재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