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권과 삼성증권 시절, 연봉 30억의 투자고수로 유명했던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50)는 올해 주식시장은 '전강후약' 장세가 될 것이라며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요구했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지수대에선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코스피 지수 1700대에선 무리한 투자보다 관망하는 편이 좋다"며 "현금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꼭 투자해야 한다면 업종 대표주에 최소한의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공포'는 뭘까. 멀게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사태, 가깝게는 2008년 8월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지난 해 11월에 겪은 단기돌발 악재인 두바이쇼크 등이 시장을 흔든 공포의 대표적인 예다.
박 대표는 "공포가 올해에 안오더라도 다음 해에는 꼭 오게 된다"며 "한 해를 거른 공포는 더 크게 오기 때문에 참고 기다렸다가 저점에서 투자에 나서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각 국의 출구전략 시행, 원화의 가파른 상승, 공개물량의 증가 등이 예상되는데 이 역시 시장에 부담(공포)이 될 수도 있다. 전강후약 장세를 예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 국의 정부들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금리인하분을 적정수준까지 올리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며 "금리가 3~4차례 올라 유동성이 흡수될 경우 지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다만 금리 인상 초부터 주가가 폭락하면 정부의 재정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추세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는 1700~1900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점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흡수와 미국시장 상황에 따라 1500선까지 기술적 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주식하던 사람들이 놀라 투매를 쏟아낼 때가 저점으로 볼 수 있다"며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고 합리적인 수익을 낸다는 마음으로 목표수익률은 10~15% 정도 설정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파트를 예로 들면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선 100평대가 주력상품이고 투자가치도 제일 높다"면서 "주식 투자종목을 고를때도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업종 대표주력주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른바 테마주와 해외주식투자는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바이오주 등 그간 시장에 언급됐던 테마주들이 현재까지 추세를 이어오지 못했다"며 "개인들의 경우 대부분 고점에 입성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설령 한 테마주에서 이익을 봤더라도 다음 번 테마주에서 물리는 경우가 때문에 테마주 투자에 부화뇌동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시장 투자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중국 등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의 경우 시중 자금이 주식이 아닌 설비투자 등으로 몰리고 있어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모르는 곳에 높은 위험을 안고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인들이 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투자일지 같은 기록물을 남기는 것도 좋다"며 "지수 움직임, 관심 종목의 등락, 장 특징을 담아두면 투자시기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등잔불을 켜고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산간벽촌에서 자란 그는 연봉 4500만원의 증권사 샐러리맨에서 마흔 살에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되며 유명세를 탔다.
박 대표는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후 88년 증권사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타고난 투자감각으로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신입사원 때 이미 그 지점 약정고의 70%가량을 혼자 담당했다. 영업을 오래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1년 남짓 지난 후 우리사주로 받은 증권사 주식을 팔아 유학자금을 마련해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5000원에 받은 우리사주를 1년 만인 89년 2월 주당 4만7000원에 팔았다고 술회했다. 우리사주를 판 1억원은 유학비를 충당할 만한 돈이었다. 90년 그가 뉴욕주립대로 MBA를 공부하러 떠날 때 29세였다. 보유한 우리사주는 곧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공부에 투자해 몸값을 올리기엔 가장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봤다.
그의 투자론을 들어보면 어디에나 '절제'가 있다.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 마다 성경을 인용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FWS투자자문이라는 이름 역시 누가복음 12장 42절의'신실하고 지혜로운 하나님의 청지기 (Faithful & Wise Steward)에서 따왔다. 탐욕으로 상징되는 주식시장 고수로 자리잡은 비결은 바로 이같은 '절제'와 '신실함'이다.
그가 유학을 결심하고 우리사주를 판 것은 89년 2월. 88년 1월 주가지수는 506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두 배인 1000으로 육박하던 중이었다. 주가는 초고속으로 치솟았고 전문가들은 호들갑과 함께 추천을 거듭했다. 항상 그러하듯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 광풍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89년 4월 1일 1007 고점 이후 한 차례 반짝 반등만을 남긴 채 주식시장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는 "남들은 주식으로 몰려들고 있었지만 너무 많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너무 탐욕스러워졌다는 생각에 주식투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MBA를 마친 후 증권사로 복귀해 펀드를 운용했다. 94년부터 96년까지 운용하는 동안 시장 평균은 연 -25%였는데 수익률은 +23%로 48%의 초과수익을 거뒀다.
당시 투자전략은 '현금은 최대한 오랫동안(10개월 이상) 보유하고 주식은 최대한 짧게(2개월 미만) 보유하는 투자'였다. 여기서도 '절제'는 드러난다. "가끔씩 100% 이상 수익을 거두는 경쟁자도 있었다. 그러나 난 이자율의 두 배(그 당시 14~15%대였으니 수익률 28~30%대) 수익만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정의하는 '합리적인 수익'이다.
어떤 펀드매니저가 한 해에 100% 수익을 거뒀다는 말은 이듬해에 100%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펀드는 매년 꾸준히 25% 정도씩 복리로 수익이 붙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97년에 그는 자기 몸값에 새로운 투자를 한다. 회사와 연봉계약을 바꿨다. 기본급 없이 성과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한 것이다. 기본 월급에 수익이 나면 인센티브를 조금 더 가져가는 여느 펀드매니저들과는 달리 손실이 나거나 평균치 수익이면 하나도 못 가져가고 수익에 대해선 더 높은 성과급을 받는 것이다. 회사도 불리할 것이 없어 흔쾌히 계약했다. 99년 이후 매년 20~30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 투자의 하이라이트는 99년 타워팰리스 분양 때다. 초기에 미분양까지 났던 타워팰리스였다. 증권사 샐러리맨이 분양가 45억원의 펜트하우스를 선뜻 분양받자 주변에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1만달러로 바뀌면 전혀 새로운 주거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죠. 뉴욕 도쿄 시카고 등 선진 대도시에서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곳에 높은 집값이 형성됩니다. 우리도 같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사실 미분양이긴 해도 당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64㎡가 3.3㎡당 600만~700만원이었는데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는 3.3㎡당 2000만원이 넘었으니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투자였다. 그 당시 투자한 타워팰리스는 지금 시가로 4배가량 올랐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까지 최고의 타이밍을 골라 투자해 온 것이다. '타워팰리스 7채 보유한 인물'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워팰리스 입주자들 사이에서 박상운 대표는 꽤 알려진 편이다. 입주자 골프동호회 회장을 맡고
지난 2006년 11월부터 한국타이어 그룹과 공동설립한 투자자문사인 FWS투자자문 대표를 맡아왔고 있으며 현재 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시장에 '공포'에 요동친 2008년말부터 2009년말까지 1년여 기간 동안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기록,'공포'에 강한 투자고수임을 입증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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