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 제안을 받고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가 마련되면 현재 개인이 상품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구조에서 계좌를 한 번 개설하면 전문가가 상품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란 영국과 일본이 도입한 모델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개 상품군을 통합 관리하는 계좌다.
현재 금융자산에 대한 세제 혜택은 소득공제장기펀드, 연금저축 등 상품별로 조건을 채워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세제 혜택 상품을 은행ㆍ보험ㆍ증권업권에서 개별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각 특징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세액 공제가 되는 연금저축도 은행ㆍ증권ㆍ보험사에서 각각 신탁ㆍ펀드ㆍ보험 형태로 팔고 있으며 소득공제 상품인 재형저축과 재형펀드도 은행과 증권사에서 각각 판매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 계좌가 있으면 업권에 상관없이 세제 혜택 상품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현재는 본인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조건에 맞더라도 상품별로 만기가 최소 5년에서 10년으로 길기 때문에 중도 해지하면 기존에 받은 세제 혜택을 반납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 그러나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는 통합적으로 계좌를 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상품이 아니라 상품군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1994년 저축률을 높이고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제도를 도입했다. 증권형과 예금형 두 가지 모델이 있으며 연간 일정 금액을 한도로 투자할 수 있다.
일본은 영국 ISA 제도를 참고해 올해 초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 제도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영국과 달리 주식, ETF 등 자본시장 상품만을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강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개인자산종합 계좌가 만들어지면 통합 계좌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서비스 분야도 창출된다.
관건은 관련 법규 개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 출시된 소득공제장기펀드도 국회 입법을 거쳐 통과되는 데 3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은행 자산운용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투자 대상을 1개 계좌로 묶는 것은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ㆍ단발성 비과세 또는 소득공제 형식은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깊은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조세혜택을 통한 소액투자 지원제는 10년 이상 긴 안목을 통한 투자장려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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