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18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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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도에 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회사 지원 가능성'이 위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이 강력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KT의 자회사 지원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KT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국내 2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은 실적악화로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연내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평사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은 앞서 KT가 직원 대출사기에 연루된 100% 자회사 KT ENS를 법정관리로 가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모회사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개별 기업의 독자신용도보다 1~2계단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 받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법정관리행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은 서로 별개의 기업으로 봐도 된다는 뜻"이라며 "KT의 다른 계열사 신용등급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가 계열 지원 가능성을 무시해서 등급 하락 위기에 처했다면 현대상선은 적극적인 계열사 살리기가 화를 불러온 케이스다.
한신평은 이날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전격 강등했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순환출자 고리에 연결된 계열사들까지 한꺼번에 투기등급 기업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한기평 역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순환출자 구조와 증자 등을 통한 자금지원으로 계열사간 재무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법손익과 파생상품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경영권 안정을 위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재무부담이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은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 등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평가한 신용평가 등급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내년을 목표로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은 수년 전부터 도입이 추진돼 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부딪혀 번번히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더 이상 미루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우량그룹 내 비우량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 차별화가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개인주주 비중이 높은 비우량 계열사나 모회사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업체 및 건설사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던 '모회사 지원중단' 가능성을 고민하게 됐다"며 "향후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자회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줄고 자회사의 위험이 신용등급에 반영되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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