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무기로 지난 1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의 초반 가입 실적이 얼어 붙은 투자 심리 탓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시 1년여 만에 펀드 유입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재형저축펀드의 전철을 밟을지 증권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소장펀드 판매 이틀째인 지난 18일 총 1만700개 계좌에서 14억1300만원이 유입됐다. 이는 소장펀드 판매 첫날인 17일 1만7732계좌, 16억6000만원보다 다소 감소한 수치다.
소장펀드의 이틀간 판매 실적은 지난해 3월 출시된 재형펀드를 앞지르는 수치다. 소장펀드는 이틀 동안 31억원 가량의 자금을 끌어모든 반면 지난해 출시 당시 재형펀드는 같은 기간 18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소장펀드의 판매 실적은 증권가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장펀드는 연봉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연간 600만원을 투자하면 40%인 240만원이 소득에서 공제되고 연말정산시 39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는 투자액 대비 연 6.6%에 해당되는 수익률이다. 연금저축펀드가 세액공제로 변경됨에 따라 내년 말까지 새로 가입할 수 있는 유일한 소득공제 상품이다. 이같은 파격적인 혜택 때문에 소장펀드 출시단은 최대 연간 4조원 가량이 유입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재형펀드의 경우 출시 초기인 지난해 4월 마케팅 효과 덕분에 92억원이 유입됐지만 1년이 지난 지난달 순유입액은 40억원으로 감소했다. 현재 재형펀드의 현재 설정액 규모는 75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장펀드가 재형펀드의 2배 정도의 순유입세를 보이더라도 1년 뒤 설정액 규모는 1500억원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의 관심이 펀드에서 멀어진 점이 소장펀드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코스피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보니 펀드 투자에 대한 매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 지수가 2000이 넘을 때 펀드에 들어가서 아직도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 투자자가 아직도 많고 장기 투자는 무조건 이익이라는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라며 "펀드는 목표한 수익률이 되면 환매하기 마련인데 5년 동안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투자자를 더욱 망설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소장펀드는 1월에 가입하나 12월에 가입하나 차별 없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출시 초기라고 해서 가입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지금보다는 세제 혜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연말에 펀드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 김잔디 /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