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13일(17:3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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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실적 부진에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된 코스닥 상장사 모린스는 지난해 10월 사채원리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며 손발을 들었다. 2010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원금 상환시기가 다가왔지만 회사 내 유보자금이 없어 총액 200억원 중 124억원을 갚을 자금이 없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 한 것.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은 꿈도 꿀 수 없던 이 회사는 빚을 갚기 위해 자사주 처분까지 나섰지만 과도한 원금과 이자 부담을 감당 못했고, 결국 지난달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모린스의 사례 처럼 중소형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발행된 BW 만기도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관련법 개정으로 발행이 금지 되기 전까지 시장에 풀린 BW의 원금 상환 시기가 올해말 부터 본격 도래 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BW발행사들이 대부분 중견기업임을 감안할때 이들이 체감하는 상환 물량 부담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BW는 발행사의 주식을 투자자가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주식연계형채권이다. 일반사채보다 발행금리가 낮고 신용등급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에 비해 선호됐다. 특히 BW발행 물량의 대부분(97%)을 차지하는 분리형 BW는 자금조달이 시급한 코스닥 기업들에겐 가장 간편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됐다. 채권이자와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따로 거래할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기업 대주주는 워런트를 별도로 사들여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의 개정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분리형 BW발행은 금지됐다. 일부 기업 오너들이 분리형 BW 발행을 통해 헐값에 워런트를 사들여 편법 승계 등에 악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BW를 통해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던 기업들의 돈줄 까지 막혀버렸다. 추가 투자는 고사하고 당장 돌아올 BW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원금 상환 조차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최근 전환사채(CB)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BW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초 CB 발행을 결정한 한 코스닥 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워런트 분리 거래가 가능했던 BW에 비해 CB발행 만기이자율이 높은 데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리픽싱(전환가격조정)에 따라 지분가치도 희석될 수 있다"며 "분리형BW 금지 이후 중소 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할 만한 창구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CB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형사들이 BW상환액 마련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나 CB발행 밖에 없지만 이는 대주주 지분 약화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공모 분리형 BW까지 막은 것은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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