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1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증권사의 과도한 몸 사리기가 빚어낸 촌극인가.'
포스코건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이번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접한 대형 증권사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수요예측을 성공으로 이끈 터라 이들에 대한 서운함은 더 커진 듯했다.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이번 포스코건설의 회사채 인수단에서는 대형 증권사의 이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형사 축에 속하는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전부인데 이들의 인수금액을 합해 봐야 400억원으로 총 모집금액 3500억원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은 상위 5개 증권사가 50~6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포스코건설의 'SOS'에 응답한 증권사는 KB투자증권이 유일했다. KB투자증권은 이번 발행에서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아 5920억원의 수요를 끌어모으는 성과를 올렸다.
포스코건설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번 발행에는 한국투자증권도 참여하기로 가닥이 잡혀 있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존 익스포져 문제로 참여금액 조율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최종적으로 완전히 배제되었다.
이번 회사채 발행 과정 참여를 두고 포스코건설과 한국투자증권간 날선 공방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측은 "한투가 주관사에 유리한 조건만 내걸며 참여여부를 불명확히했다"며 분통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투측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투 관계자는 "기존 포스코건설 익스포져가 상당해 진행이 원활치 못했다"며 "양자간 합의를 거쳐 이번 발행에 빠지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발행검토 단계에서부터 포스코건설의 대표주관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은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으나 비현실적인 금리(0.6%포인트 이상)를 제시해 사실상 거부의 뜻으로 해석됐다.
사실상 딜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우리투자증권이 막판 인수단에 낀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포스코건설 임원이 그룹 핵심 요직으로 인사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시점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다른 이해 관계에 따라 뒤늦게 들어온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총 모집액 가운데 3년물 2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를 인수했다가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미매각 물량을 증권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향후 금리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손실을 우려해 수요가 불확실한 물량을 인수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사들의 과도한 리스크 관리가 소극적인 자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직전까지도 포스코건설 회사채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던 건 사실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어닝쇼크가 잇달았고 GS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숨기고 회사채를 발행한 정황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내부적으로도 송도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우려가 남아있었다.
결국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게 된 KB투자증권과 포스코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수요예측을 앞두고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IR)에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일부 증권사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는 말로 정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관계가 생명인 기업금융 업무에서는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향후 포스코건설이나 계열사들이 IB업무를 함께 할 증권사를 선정할 때 이번 딜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