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소위 가치투자 펀드로 시중 자금이 집중되면서 가치주 미래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치투자 전략에 따른 투자 성과가 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고 염려하는 측에서는 2010년 하반기부터 1년여 동안 지속된 대형주 장세 속 가치투자 펀드가 타격을 입었던 전례가 반복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C)'과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1(주식)'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를 웃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45% 하락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들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주식 포트폴리오 내 종목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뤄졌다.
시가총액 1000억~5000억원 규모 중소형주를 많이 담고 있는 이들 펀드 특성상 보유 종목에 대한 약간의 매수세만 지속되면 주가는 계속 오름세를 탈 수 있고 이는 펀드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돈의 힘으로 계속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자금 유입이 끊길 경우 수익률을 버텨낼 동력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알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한투밸류의 경우 130여 개 투자 종목 중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19개에 이른다. 신영운용도 18개 종목 지분율이 10%를 넘는다. KB자산운용도 29개 종목에 대해 10% 이상 지분을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주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가치주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이뤄질 경우 이들 펀드 수익률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형주가 각광을 받았던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1년여 동안 가치투자 펀드에선 급속한 자금 이탈과 수익률 하락이 나타났다. 이 기간 소위 '차ㆍ화ㆍ정'으로 불린 자동차ㆍ화학ㆍ정유 업종 내 대형주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대형주 투자에 불이 붙었고, 현대차 등 대표주들은 이 기간 2~3배씩 뛰면서 시중 자금을 흡수했다. 이 여파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던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형'은 2009년 49.23%에 이르던 연 수익률이 대형주 인기가 시작된 2010년에는 19.83%로 내려갔고, 2011년에는 -8.01%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됐다.
물론 가치주 투자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래신 한투밸류 사장은 "가치투자는 단기간에 그칠 유행이 아니라 선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석 투자의 원칙인 만큼 국내시장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투자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쪽에선 과거 저평가 중소형주, 내수주에만 국한돼 있던 가치주 개념이 최근 대형주, 경기민감주 등으로 확대됐다는 데 주목한다. 이채원 한투밸류 부사장은 "가치주와 대형주, 경기민감주를 대결 구도로 봐선 안 되고 내재 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이라면 어떤 주식이든 가치주"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주, 내수주 비중을 줄이고 대형주와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중소형주, 내수주가 지난 3년간 호시절을 누린 만큼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많이 비싸졌다는 판단에서다.
허남권 신
[오수현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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