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롱숏 펀드 설정액은 1조9863억원으로 지난 1년간 8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롱숏 펀드 자산 규모는 2조1241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수년 동안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를 접은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하고(Long),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이나 지수선물을 공매도하는(Short) 롱숏 펀드는 지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박스권 장세에서도 10% 내외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초 이후 5243억원의 자금이 롱숏 펀드로 신규 유입됐으며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신상품 출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운용사들은 올해 들어 벌써 6개의 롱숏 펀드를 새로 출시했으며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으로 범위를 넓혀 투자하는 글로벌 롱숏 펀드도 늘어났다.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롱숏 펀드가 대안으로 주목받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운용사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롱숏 펀드시장 승기를 잡은 것은 중소형 운용사다. 연초 이후 개별 롱숏 펀드 수익률은 대신자산운용의 멀티롱숏주식혼합형 펀드가 4.47%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1.68%의 손실을 냈다. 수익률 2위와 3위는 각각 마이다스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차지했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거북이 시리즈는 수익률뿐만 아니라 수탁액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정된 마이다스거북이롱숏 펀드 4종의 수탁액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6500억원에 육박하는 모습이다. 롱숏 펀드의 대명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주식혼합형 펀드로는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마이다스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수탁액만 합쳐도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전통의 강호' 대형사들의 롱숏 펀드는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이 1000억원에 못미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도 안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롱숏 펀드 운용 규모가 1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롱숏 펀드 수익률과 설정액만 놓고 봐선 그간 대형 운용사들의 명성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 안팎 평가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선전은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이 침체되고 경쟁은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대형 운용사들이 장기투자에 기반한 주식 매수(Long) 전략에 치우친 반면 박스권 장세를 예상한 중소형 운용사들은 자산 배분과 운용 전략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롱숏 펀드시장에 일찌감치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한 발 늦은 대형 운용사들도 최근 롱숏 펀드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롱숏 펀드를 운용했던 김주형 전 본부장을 영입한 미
[이은아 기자 /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