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어 올해 역시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 건전성 관리에 적색등이 켜졌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1.77%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여신 중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고정' 이하로 분류되는 여신 비율이다.
당초 금감원은 은행권 부실채권 목표 비율을 1.49% 정도로 설정했으나 결과는 이를 크게 초과했다.
지난해 부실이 증가한 것은 STX, 쌍용건설 등 몇몇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인데 이 정도 규모인 대기업 몇 개가 더 쓰러진다면 은행도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조원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지난해 말 은행권이 연말 지표 관리를 위해 억지로 대손상각, 매각 등으로 부실채권 비율을 1.77%로 낮춰놨지만 올해 다시 이 비율이 튀어오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출자전환 등으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더 부실이 확대되기 전에 지속적인 부실채권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중소ㆍ중견기업들 부실이 은행권 부실 채권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지난해 STX그룹처럼 대기업 집단 부실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중소ㆍ중견기업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경영난을 겪던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2개월 만에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재신청하기도 했다.
특히 건설ㆍ해운업계 경영난은 올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건설과 워크아웃에 다시 들어간 경남기업 같은 사례가 이어진다면 은행권 부실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부, 한진, 현대그룹 등 유동성 위기 '꼬리표'를 완전이 떼어내지 못한 대기업들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선제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동성
이들 기업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은행권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구계획을 통해 위기를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가 계속 악화된다면 기업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