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둔 마곡지구 `복등기` 성행

↑ 5월 말부터 시작되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전경. [사진 = 이승환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SH공사 마곡사업관. 평일 낮 시간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SH공사 관계자는 "평일에는 보통 400~500명씩 사업관을 방문하고 있고 지난 주말에는 이틀 동안 2000여 명이 사업관을 다녀갔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사업관에서 만난 50대 주부 A씨는 "입주도 가깝고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 알아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큰 관심을 모았지만 미분양ㆍ미계약이 속출했던 마곡이 최근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과 규제 완화 등 영향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5~6월로 입주시점이 다가오면서 일부 인기 평형은 프리미엄(웃돈)이 1억원을 넘나들고 '복등기' 등 분양권 불법 전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시장 훈풍을 타고 마곡지구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선착순 분양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372가구 중 84가구가 팔렸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10건씩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용면적 84㎡ 58가구는 열흘 만에 모두 팔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고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분양한 1593가구 중 80가구밖에 되지 않는 15단지 전용 59㎡는 분양가 대비 7000만~8000만원 웃돈이 붙었지만 물량이 없어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다. 가장 인기 있는 7단지 전용 84㎡도 인기층은 1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일부 단지 저층 전용 114㎡ 분양가를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에서는 '복등기'와 같은 분양권 불법 전매도 성행하고 있다. 마곡은 오는 11월 5일부터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집주인들이 입주를 하고 등기하면 전매제한이 자동으로 풀리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마곡에서는 매수인과 매도인 간에 미리 매매계약을 체결해 놓고 입주 개시와 동시에 원래 집주인인 매도인이 등기를 하고 곧바로 매수인이 등기를 이전 받는 복등기 계약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복등기를 하면 매수인이 등기비는 물론 취득세, 양도소득세까지 모두 부담하게 된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로 매수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복등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등기로 매수인 비용 부담이 크지만 일부 인기 평형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염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가수요가 있어 거품이 꺼지면 깡통주택이 대거 출현하면서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마곡처럼 계약부터 입주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곳은 '1년 전매제한'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 후 등기가 이뤄져도 1년 안에는 복등기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