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국은행 총재 교체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 금리가 당장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지만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 논의로 기대감이 꺾일 경우 시장에 더 큰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이 경기 개선이 지속된다면 테이퍼링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한 가운데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빨리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간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15년 하반기 이후에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이 대두되며 이날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날에 비해 0.03%포인트 상승하는 등 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테이퍼링 시작 전에도 일부 위원의 의견이 갈렸던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상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경우 매월 FOMC에서 100억달러씩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오는 3월 FOMC에서 추가 테이퍼링이 실시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국내 채권금리는 미국 FOMC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논의 소식이 알려지며 오전장에서 약세를 보였으나 오후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보합으로 마감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이사는 "미국과 달리 한국 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국내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데다 오는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 금리가 단기 급등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성은 크지 않지만 채권투자자들의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말 금리 상승 추정치를 수정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6% 정도로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외국인의 채권 매도 가능성 등이 시장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 부진으로 채권 금리가 추가 하락할 순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전망"이라며 "3월 이후 미국, 중국 등 G2의 경기 회복세가 확인될 경우 금리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엿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기준금리 인하설로 국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한은 총재 취임 후
공 연구원은 "설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장에선 마지막 금리 인하로 받아들여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변동성에도 금리 상승이라는 중장기적 추세가 살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