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14일(06:0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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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자회사 대출 사기, 건설사 실적쇼크,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신평사의 대응이 한층 더 엄격해 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늑장대응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정보제공 측면에서도 적시성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내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평사들이 신용 이슈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며 "공식적인 등급 조정에 앞서 리포트를 통해 해당 이슈를 언급하는 등 선제적인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실적을 발표하자 즉각적으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건설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지정했고, 한국신용평가는 공식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지만 리포트를 통해 향후 추가 확인을 거쳐 분석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조정이 이례적으로 확정실적이 아닌 잠정실적을 두고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손실이 워낙 컸기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잠정실적만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최근 더 엄격해진 신평사들의 평가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사태가 건설사 실적쇼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신평사들은 '건설사 실적에 대한 견해' 보고서를 잇따라 내고 향후 실적을 공시하는 건설사들에 대해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분석결과를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진한 실적을 낸 대림산업을 포함해 지난해 해외사업 부실로 적자를 기록 중이었던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도 포함됐다.
또한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KT 자회사 대출사기 등 굵직한 이슈들이 향후 해당 기업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리포트를 발표하는 등 기존에 비해 한박자 빠르게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용평가 제도에도 등급 조정에 앞서 등급전망 조정이나 '와치리스트(감시대상)' 지정 등 위험 신호를 사전에 주는 기능이 있지만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확정된 수치를 기반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사업안정성을 평가해 등급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평사의 변화 기조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IB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보제공의 적시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도 문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하면 '왜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내리냐'는 불만이 나오곤 했다"며 "이슈 코멘트는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검토를 거친 후 등급 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공시를 내고 있다는 설명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코멘트를 내놓으려고 한다"며 "최근에 큰 이슈가 많았고 신용평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더 부각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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