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상장사의 BW 발행액은 총 17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리형 금지 직전인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의 발행액 2조1946억원의 8.0%에 불과한 금액이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말한다. 과거에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신주인수권만 따로 사고 팔 수 있었다. 하지만 BW 발행 과정에서 BW를 인수하는 금융사가 신주인수권을 발행사의 오너 등에게 싼 값에 되파는 관행이 있었다. 이를 통해 오너의 지분율을 변칙적으로 늘리거나 자녀들에게 우회적으로 지분을 증여하는 일이 잦으면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29일부터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했다. 현재 발행되는 BW는 모두 비분리형으로, 신주인수권만 따로 분리해 사고 파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분리형 BW의 막차를 타겠다는 회사들이 몰리면서 BW 발행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한달간 BW를 발행한 상장사는 총 75개사, 발행액은 722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서 지난 9월부터는 발행사가 한달에 2~12개사, 발행액은 100억~760억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 1월에는 BW 발행액이 133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237억원의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BW 규제가 심해지면서 대체 자금조달 창구로서 전환사채(CB) 발행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간 CB 발행액은 1조6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리형 BW 금지 직전인 지난 4월부터 8월까지의 발행액 3264억원보다 327%나 늘어난 금액이다.
전환사채도 일정 기간 이후 발행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다. 신주인수권이 붙은 채권이란 점에서 BW와 비슷하지만 신주인수권만 분리해 거래할 수 없다는 게 BW와의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된 지금은 CB와 BW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 CB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채권도 자연히 소멸되는 반면 BW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도 채권은 그대로
증권업계 관계자는 "BW나 CB 모두 차입이 쉽지 않은 저신용등급의 상장사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라면서 "분리형 BW가 변칙 증여, 변칙 지분확대로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줄어드는 것은 자본시장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