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정보통신이 내건 처분 목적은 "보유 자산을 팔아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이에 앞서 36억원을 추징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단기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도 꾸준히 증가일로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유동부채는 115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의 648억원에서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세금 납부와 함께 단기 유동성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사옥을 매각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어두운 경기 전망과 실적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사와 자회사 사옥ㆍ토지 등 유형 자산 매각에 나선 상장회사가 늘고 있다. 특히 코스닥보다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유형 자산 처분 공시는 2007년 이후 6년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 자산 처분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일시적으로 시장의 투자심리도 나아지는 효과를 본다. 실제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영업손실을 3년째 이어오는 한국화장품이 1600억원대 사옥 매각설이 퍼지자 상한가로 마감했다.
11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유형 자산 처분 공시를 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63곳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유가증권 상장사의 유형 자산 처분 공시는 40건으로 2007년 41건 이후 최고치였다.
매각 대상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83% 지분을 가진 부동산 펀드로 사실상 계열사에서 빌딩을 다시 사들인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지난해 중동 플랜트 저가 수주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7468억원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 같은 유형 자산 처분은 재무제표상으로 영업이익엔 잡히지 않지만 영업외이익으로 포함돼 세전이익ㆍ순이익 호전에 도움이 된다. 고정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면 기업의 자금 사정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4분기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40억원, 8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빌딩 매각대금이 없었다면 지표상으로 적자가 지속돼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형 자산 매각이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종류와 사용처 그리고 재무 개선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어떤 자산을 파는지' '사업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매각 대상 자산이 영업과 관계없는 유휴지 등이라면 장기적으로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공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부동산 시장이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인 듯싶다"면서 "유형 자산 매각은 최선의 수단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수단일 때가 많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재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