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900선을 하회하면서 펀드 가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펀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작년과 같은 견고한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1900선을 박스권 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코스피 1850~1900 사이에서 지수 방어선이 형성되고, 작년 4분기 실적 충격이 점차 완화되면서 코스피가 점진적으로 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코스피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로 214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같은 순유입 규모는 2012년 6월 29일(4102억원) 이후 1년8개월여 만에 최대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순유입은 최근 6거래일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실제 이 기간 순유입 금액은 4605억원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이번 순유입세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3일까지 1699억원이 순유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유입세다.
이번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은 미국 2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충격으로 코스피가 1890선까지 내려 앉자 투자자들이 현 시점을 펀드 가입 적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펀드 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 패턴은 1850~2050 박스권이 견고했던 작년에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처음 테이퍼링을 언급한 여파로 주가가 1900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던 작년 6월 13일부터 7월 22일 사이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 규모는 1조3904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외국인 자금 유입세로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섰던 작년 10월 8일부터 11월 7일 사이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모두 2조3664억원이 순유출됐다. 1900선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가 2000을 돌파하면 환매하는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통계다.
전문가들은 일단 코스피 하단을 PBR 1배 수준인 1900선 내외로 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투자전략은 유효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테이퍼링 이슈와 신흥국 위기 고조로 주가가 급락했던 작년 중순에도 코스피가 PBR 1배 아래에 머물렀던 기간은 두 달을 넘기지 않았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수년 동안 코스피 1900선 아래에서 매수해 2000선을 넘어서면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며 "기업 실적 개선으로 올해 2분기부터 지수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시점을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 적기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보수적으로 올 코스피 상장사 당기순이익이 10% 증가한다고 예상할 경우 코스피 1880선을 PBR 1배로 볼 수 있는데 PBR 1배가 지수 지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작년 4분기 충당금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기업 실적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다음달부터 지수가 회복 국면으로
펀드는 가입과 환매가 까다로운 만큼 주식형 펀드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내 주식형 ETF로 52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1개월간 순유입 규모가 91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큰 규모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