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이후 금융당국 대응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과감해야 할 때 머뭇거렸고, 한발 쉬어야 할 때는 돌진했다.
사태 발생 초기에는 해당 카드사들이 스스로 대처하기를 기다렸다가 국민 불안이 커지자 뒤늦게 전면에 나선 당국 대응은 둔탁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전산 담당 금융사 임원을 모두 불러 10여 분간 회의 후 해산하는가 하면, 다음날엔 점심 먹던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자(CEO)들을 2시간 뒤에 모이라고 긴급 소집했다. 그 다음날에는 금감원장이 직접 모 카드사를 찾아가 꾸짖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불안은 더욱 켜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여줬던 당국의 정교한 대응은 보이지 않았다. 전 국민을 상대로 대처해야 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매뉴얼에도 없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당국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던 금융당국이 강공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모습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워낙 심각한 만큼 텔레마케팅을 비롯한 비대면 영업 중단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련 종사자들 생계 문제를 비롯한 부작용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풀어줄지에 대한 계획도 동시에 마련해줄 것을 기대
이번 사태는 도둑 한 명을 못 잡아 전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을 당혹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2월 국회에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면서 또다시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민 불안과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금융부 = 송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