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3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1.19포인트(1.09%) 하락한 1919.96에 장을 마치면서 테이퍼링 후 하락세인 글로벌 증시와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국인도 406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면서 테이퍼링 결정 직전일에 순매수했던 움직임은 멈춰 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 모멘텀이 작아 주목받는 신흥시장으로서 한국 증시가 차별화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으로 같은 달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며 "코스피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입은 한 달 뒤인 7월에 가서야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도 코스피는 일단 글로벌 증시와 동조화한 뒤 신흥국 내에서 차별화가 부각되면서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버냉키 전 의장이 지난해 6월 19일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좋으면 연말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께 완료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전 세계 증시는 2~3% 폭락했고, 코스피도 그달 25일 1780까지 밀려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5억달러를 순매도했고 대만(39억4860만달러) 태국(18억달러) 인도(17억6420만달러) 인도네시아(20억3300만달러) 증시도 외국인 매도에 시달렸다. 하지만 한 달 뒤인 7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외국인은 계속 순매도한 반면 신흥국 대표주자인 한국(6억4360만달러)과 대만(24억2320만달러)에선 순매수하며 차별화가 일어났다. 같은 달 코스피는 신흥국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3% 넘게 올랐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코스피가 이번에도 여타 신흥국들과 다른 경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작년 6~7월과 지금은 사정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증시를 짓눌렀던 엔저가 약해지고 선진국 위주의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 등은 비슷하다. 하지만 작년 4분기 기업실적 부담이 큰 데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 등으로 중국 경기 기대감이 크게 낮다는 점은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작년 상반기 외국인 매도를 불러온 뱅가드펀드 이슈는 사라졌지만 실적 부진은 외국인을 유입하는 데 걸림돌이다. 지난해 2분기의 경우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치를
일각에서는 실적 발표가 끝나가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환율과 실적 변수로 인해 코스피는 어느 정도 선조정을 받았다"며 "여타 신흥국들과 차별될 수 있는 계기만 생기면 상승세로 곧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