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펀드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롱쇼트 펀드와 가치주 펀드 인기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2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신흥국 증시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가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서도 이들 펀드에는 오히려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약세장에 강한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의 특징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롱쇼트 펀드 설정액은 2730억원 증가했다.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로 유입된 자금도 각각 2191억원과 459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792개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 규모가 625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펀드에 몰린 자금 규모는 눈에 띄는 액수다. 롱쇼트 펀드는 30개로 전체 주식형펀드의 4%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롱쇼트 펀드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하고(Long),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Short)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가치주 펀드는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 상품이다.
증권업계의 대표적 안정형 상품인 이들 펀드로의 가파른 자금 유입세는 부진한 코스피 시황과 무관하지 않다. 증권가에선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거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연초부터 불거진 테이퍼링 충격 여파로 작년 말 2011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지난달 말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질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상품들은 박스권 장세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터라 앞으로 상당 기간 시중자금을 계속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례로 코스피가 1850~2050 사이 견고한 박스권에 머물렀던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4조3000억여 원이 순유출된 반면, 롱쇼트 펀드에는 1조4000억여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표적 안정형 상품인 헤지펀드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 달해 개인들의 부담이 큰 터라 비슷한 개념의 롱쇼트 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중 자금 흐름의 중심에는 '한 방보다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펀드 투자자들은 '100% 수익률'의 대박 신화를 꿈꾸며 투자에 나섰지만 이제는 펀드도 '시중금리+알파(α)'를 추구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중위험ㆍ중수익 상품들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실제 롱쇼트 전략을 추구하는 미래에셋인덱스헤지증권투자회사(주식)종류A는 지난 한 달 동안 수익률이 3.42%에 이르렀고,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증권자투자신탁[주식-파생형]Cw는 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4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하락장에서 롱쇼트 전략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알 수 있다.
다만 가치주
다만 시장 상황은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안정형 상품에만 '몰빵' 투자하는 것은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