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매각으로 4조원 대박을 만들어낸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과감한 경영 전략으로 유명했다. 오비맥주를 인수한 직후 경쟁사인 하이트주조 사장이던 장인수 사장을 영입한 데다 시설 투자에 2000억원을 쏟아붓고 마케팅 비용도 30% 늘렸다.
과거 단순 지분 투자로 안정적인 돈벌이에 힘을 쏟던 국내 사모펀드들도 최근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 등장 10년 만에 KKR와 어피너티처럼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IMM PE는 같은 해 7월 인수한 커피전문점 할리스에 3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매장 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다. IMM은 올해 50개 이상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창업 1세대 같은 생각으로 인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웅진식품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도 지난달 400억원을 증자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앤컴퍼니는 KKR '캡스톤'처럼 경영진 풀(pool)을 갖고 있다. 웅진식품 대표도 소니코리아 본부장 등을 역임한 최승우 전무가 자리를 옮겨가 맡게 됐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비용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경영진 풀 운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펀드(대표 이재우)도 2012년 두산그룹에서 인수한 햄버거 전문점 버거킹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맥도널드와 피자헛 등 외식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경영진을 3명이나 영입했다. 가맹점 사업도 시작했다.
보고펀드는 비데업체 노비타나 BC카드 경영권을 갖고 있을 때 전문가 영입과 사업부 매각 등 경영구조를 재정비해 기업가치를 크게 높여 재매각했다.
H&Q는 결제솔루션 업체 케이에스넷 보유 당시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눈길을 끌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이사회 안에 윤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를 둬서 회사 투명성을 높였다. H&Q는 CVCI와 공동으로 2007년 1360억원에 인수한 케이에스넷을 2010년 2
사모펀드 역사가 깊어질수록 단기 수익성 위주보다는 적극적인 시설 투자와 인재 채용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많다.
한 국내 사모펀드 업계 대표는 "아직 국내 사모펀들이 지분 투자를 하는 사례가 훨씬 많지만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바이 아웃(buy out) 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신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