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2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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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이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휩싸인 가운데 녹십자가 애초부터 경영참여를 염두에 두고 공시일정까지 치밀하게 조정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의결할 임시주주총회가 24일 열리는 만큼 녹십자와 일동제약 두 회사간 힘겨루기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24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일동제약 주식매수 공시를 지난 16일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시 규정상 상장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주식매매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주식변동을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주식 추가매집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마감시한인 5영업일째에 지분변동 공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을 10일에 사들인 만큼 17일까지 공시하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녹십자는 의결권 행사를 위해 16일 공시를 서둘렀다.
제약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녹십자는 16일에 주식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했기 때문에 24일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식보유 땐 보고일부터 5거래일까지 의결권행사나 추가매집이 금지된다. 일종의 ‘냉각기간’으로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면서 소액투자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다. IB업계 소식통은 “녹십자가 공시일 선정을 위해 대형 법무법인 검토를 거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일동제약은 24일 임시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임시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분 29.36%를 확보한 녹십자가 최소 4% 가량의 우호지분만 확보해도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시주총 안건이 부결되면 녹십자의 화살은 일동제약 이사진 8명중 임기가 만료되는 2명의 재선임건 부결로 향할 전망이다. 녹십자로선 경영참가를 천명한 만큼 향후 녹십자측 이사진 선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녹십자는 법인명의로 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반면 일동제약 대주주측은 현금여력이 적어 양측간 힘겨루기가 주총에서 어떻게 풀릴 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 논리상 녹십자의 힘이 우위에 있다"며 "일동제약 대주주가 녹십자측 이사진 선임 등 카드로 양보를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동제약측은“전일 밝힌 입장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며 "녹십자의 적대적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녹십자가 동종업계에 과도하게 가혹하게 나올 경우 평판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양사간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설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두 회사간 지분경쟁으로 번지게 되면 일단 녹십자가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는 지분경쟁이 벌어질 경우 형제그룹인 한일시멘트 등의 측면 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 녹십자나 한일시멘트는 업계에서 소문난 현금부자기업들이다.
반면 일동제약은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사모투자펀드(PEF) 등 외부 자본 유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동제약 현 주가가 인수합병(M&A) 이슈로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적정 수익률까지 보장해줘야하는 외부자본을 끌어올 경우 일동제약에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녹십자가 지분경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해당이슈에 따른 일동제약 주가 상승은 불필요한 현금소모를 낳고 결국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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