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근화제약의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 26.4% 하락했다. 지난 17일 오전 근화제약이 알보젠의 미국 자회사인 ‘알보젠 파인브룩(PINE BROOK)’과 4700만 달러(약 499억원)에 아편중독 치료제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등 2개 제네릭(특허만료 복제약) 제품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이후 급락한 것이다. 이에따라 일반 투자자들은 인터넷 종목게시판등을 통해 금융당국의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알보젠과 근화제약 간 이번 거래와 관련한 논란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알보젠이 근화제약에 넘긴 제품 가격의 적정성 문제다.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이 고가 인수로 인한 근화제약의 기업가치 훼손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및 관련 전문가들은 일러야 2017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가능한 의약품을 3~4년이나 먼저, 그것도 근화제약처럼 연매출이 650억원 안팎에 불과한 회사가 500억원 가까이 투자해 인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알보젠과 근화제약 측은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아메리칸 어프레이절(American Appraisal)’을 통해 자산가치를 실사했고, 삼정KPMG가 이를 확인한 만큼 매매가격 산정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주형 근화제약 사장은 “특허에 문제가 있거나 미국 정부 허가가 안날 경우 파인브룩으로부터 근화제약의 투자금 전부를 돌려받기로 계약이 체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근화제약이 당장 매출로 이어질 수 없고 인수 가치도 불분명한 복제약을 큰 부담을 지고 인수한 데 대해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보젠이 한국법인인 알보젠코리아를 통해 지난 2012년 10월 근화제약 지분 67% 인수 당시 쓰인 자금(약 750억원)의 조기 회수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알보젠코리아는 당시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을 상대로 전환사채(CB) 600억원을 발행했다. IMM PE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시점과 관련 “협의는 해봐야 하지만 알보젠과 원래 계약은 올해 안에 예정이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알보젠은 근화제약 인수 이후 서울 사옥 및 부산 토지, 국내외 기업 투자지분 등 자산을 잇달아 처분해 현금을 마련했다. 근화제약 인수 직전 2012년 3분기말 기준 근화제약의 현금성 자산은 196억원이었지만, 1년 뒤인 2013년 3분기말엔 502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거래에 쓰인 자금 499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IB업계에서는 또 이번 거래로 근화제약 주가가 하락하면서 알보젠이 근화제약 나머지 지분 33%를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알보젠은 지난
지그프리드 지슐리써(Siegfried Gschliesser) 알보젠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부사장은 “이번 거래는 근화제약 인수자금 회수와는 관련이 없고, 공개매수나 상장폐지 계획도 없다”며 시장의 의혹들을 부인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