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오비맥주를 18억달러에 인수해 한국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5년 뒤 58억달러에 매각해 4조원 이상(배당 포함)의 수익을 올려 다시 이름을 각인시킨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KKR의 오비맥주 성공 스토리에는 세 가지 숨은 키워드가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KKR의 거대한 투자 규모와 높은 수익률은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과의 인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제롬 콜버그, 헨리 크래비스, 조지 로버츠 등 3명의 창업자 이름 첫글자를 따 1976년에 출범한 KKR는 현재 세계 5대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16개 펀드를 통해 755억달러(약 80조원)를 모았고, 전 세계 19개국 80여 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만 따지면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KIC의 660억달러보다 큰 수준이다.
KKR는 설립 초기 미국에 갓 도입된 차입인수(LBO) 방식 인수ㆍ합병(M&A)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명성을 쌓았다. 2012년 말까지 내부수익률(IRR)이 S&P500지수의 2배가 넘는 25.7%에 이를 정도로 탁월한 장사 수완을 보였다.
자산 규모가 크고 돈을 잘 벌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돈 좀 된다'는 정보와 '돈 되는 정보 좀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KKR와 연결돼 있다. KKR 스스로도 사업보고서에서 "세계 각국 주요 기업과 은행,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주요 경영진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극소수의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KKR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 아시아 사무소를 홍콩에 만들고 아시아 펀드를 처음 설정한 인물이 오비맥주 인수와 매각의 주역인 조지프 배 KKR 아시아 대표(42)다. 그는 한국계로 글로벌 사모펀드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골드만삭스 자기자본투자 부서 출신인 그는 1996년 KKR에 합류했다. 주변에선 그를 '일과 가정의 구분이 확실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주중엔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주말에는 4명의 아이를 돌보느라 바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나 24세에 결혼한 그의 아내는 '피아노 티처'로 유명한 소설가 제니스 리다. 자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단체인 링컨센터의 자문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다. 국내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조지프 배가 떴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다. 그
지난해 매일경제 기자와 만난 그는 "20여 명의 아시아 투자 전담팀이 10조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며 "내수 기반 기업, 가족 경영 기업을 물망에 올려 놓고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 강봉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