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해자가 2000만명에 달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로 향후 정보보안 정책 및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과거 보안이나 AI 관련 테마주들 상승세가 단기에 그친 사례가 많았던 만큼 급등 종목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카드사 정보 유출이 관련 은행 및 계열사까지 확대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KB금융(-0.13%) 신한지주(-0.46%) 하나금융(-0.62%) 등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우려와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카드사 정보 유출로 금융지주사의 고객정보 공유 금지 규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된 결과다.
이와는 반대로 코스닥시장에서는 안랩(0.93%) 라온시큐어(14.76%) 시큐브(4.88%) 등 IT 관련 보안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또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카드 재발급이 대안으로 지적되면서 카드 재발급에 필요한 칩을 생산하는 코나아이(1.97%) 솔라시아(8.73%) 아이씨케이(14.90%) 등 카드 보안칩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은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작다는 금융 당국의 발표에도 고객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고객들이 카드 재발급 등의 피해 방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정부가 AI 확산을 막기 위해 호남지역에 이동중지명령을 내린 가운데 닭고기와 오리 등을 주로 생산ㆍ판매하는 육계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하림 동우 마니커의 주가가 이날 각각 4.91%, 2.25%, 1.95% 하락했다.
반면 이-글벳(14.85%) 중앙백신(14.72%) VGX인터(12.45%) 제일바이오(14.86%) 대한뉴팜(14.88%) 파루(14.83%) 등 AI 관련 백신 및 손세정제 등 제조업체들 주가는 급등했다. 또 AI 감염 위험으로 닭고기 수요가 줄면서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원산업(2.42%) 사조오양(14.92%) 신라에스지(14.97%) 등 수산주들 주가도 일제히 급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2차 피해로 이어지며 장기화할 경우 이들 종목에 대한 테마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과거 해킹이나 AI 사고 발생 이후 관련주들 주가 오름세가 오래가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간 사례가 있는 만큼 급등 테마주들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3월 12일 충남 계룡에서 AI 발생 당일 동물백신 수입 사업 등을 영위하는 이-글벳의 주가는 15% 상승했지만 이튿날 바로 12.8% 하락했다.
반면 대표적인 육계주인 하림 주가는 AI 발생 당일에는 4.4% 하락했지만 이튿날엔 2.0% 상승했다.
보안 관련 테마주들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월 20일 국내 주요 언론사와 은행 등 전산망 해킹 사건 당일 IT 보안주인 안랩과 이스트소프트 주가는 각각 6.5%와 14.9% 상승했지만, 이튿날엔 각각 6.6%와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정보 유출 사건 발생으로 정부의 보안 정책에 영향을 미쳐 IT 보안 업체들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런 변화가 실적으로 곧바로 연결이 안된다면 투자심리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당장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저가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