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시됐다. 저금리에 따른 폐해와 함께, 더 근본적으로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이유가 '고금리' 때문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에 만난 투자자들은 3명 중 1명꼴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작년 말에는 KDI에서도 "만약 구조적인 요인으로 소비와 투자가 계속 부진하다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내놓았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수출로 지탱해 왔다. 반면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면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원화 강세가 이어졌다. 그 영향 때문인지 수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영 시원치 않다. 수출에서 73%를 차지하는 신흥국 경제가 부진한 데다, 그나마 잘나가던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한 엔화 약세와 겹치며 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는 기약 없는 내수 부양보다는 원화 강세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수출기업에 숨통을 터주고, 내수 회복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만만치 않다. 먼저 한국은행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스스로 뒤집어야 한다.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금리 인하를 주장함에 따라 한국은행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여건도 부담이다. 또한 "한국 경제가 정말 어려운가 보다"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위험도 있다. 미국 양적 완화 규모 축소와 외국인 자금 이탈 위험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와 부동산을 절반 정도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한국은행은 1월 금통위에서 국내 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통령이 내수 활성화라는 화두를 던진 이상 상반기 내내 금리 인하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채권금리 상승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