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IT), 자동차, 철강 업종의 대장주로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가 지난해 글로벌 주요 경쟁사들과의 실적 및 주가 승부에서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7거래일간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미국 양적완화와 일본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 등 경쟁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 자료 기준으로 IT와 자동차, 철강 업종별 글로벌 주요 기업 세 곳의 지난해 주가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가 모두 각 업종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먼저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미국 인텔과 애플이 지난해 주가가 각각 21.4%와 2.2%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9.9% 하락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도 일본 도요타와 미국 포드가 각각 31.9%와 25.6%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현대차는 4.6% 상승에 그쳤다.
철강 업종도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체철)의 주가가 67.6%나 상승했고 프랑스 아르셀로미탈도 0.3% 상승했지만, 포스코는 유일하게 6.4% 하락했다. 2012년 말 기준 글로벌 철강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컸던 포스코는 지난해 말에는 신일철주금과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증시 대표 종목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7거래일 동안 3종목 모두 5% 넘게 하락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7.3%, 현대차는 6.6%, 포스코는 5.7%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경쟁 기업들도 연초 글로벌 동반 증시 약세 속에 하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5% 이상 하락한 종목은 애플(5.0%)과 아르셀로미탈(5.4%)뿐이었다. 특히 미국 포드는 연초 이후 주가가 4.1%나 상승했다.
지난해 국내 대표 기업들 주가가 경쟁사에 완패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사들을 앞도했던 실적 개선 속도가 지난해부터 한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수년째 이어진 양적완화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일본 기업들 역시 지난해 본격화된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가면서 빠른 속도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가장 큰 반전이 나타나는 업종은 자동차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포드와 도요타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0.8%와 7.4% 증가했다. 두 회사를 포함한
증시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상대적 약세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실적 전망이 글로벌 경쟁기업 대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