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9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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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이 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웅진·STX그룹에 대한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신평사들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 기업의 구조조정 구상에 어느 정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 3사는 동부·한진·현대그룹이 자구 구조조정 계획안을 내놓기에 앞서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과 STX그룹 사태 이후 시장의 거센 비판에 부딪힌 신평사들이 동양그룹 위기 때부터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유동성 위험을 겪는 기업들에게 신용등급 하락은 구조조정안 마련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평사들의 평가 보고서에는 해당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지난해 8월말부터 한 달 사이 신용등급이 두 차례 강등된 (주)동양의 평가 보고서에는 등급 조정의 이유로 자구계획 시행 지연, 계획의 불확실성 등이 제시된 바 있다. 동양그룹은 마지막 등급 강등 후 3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또한 신평사들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보유 자산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를 포함한 자본확충 노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A급에서 B급으로 강등된 기업들은 자금조달 금리가 크게 뛰었다. 지난해 11월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현대상선의 3년 만기 민평금리는 하루 만에 연 5.08%에서 6.15%로 1% 넘게 급등했다. 또한 같은 수준으로 등급이 하락한 한진해운은 연 5.28%에서 5.98%로 0.7% 상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비우량 기업에 대한 회사채 시장 기능은 마비되다시피 했지만 민평금리가 자금조달 비용의 기준이 되는 만큼 방어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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