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우 회장, 신상훈 前 사장 |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3년여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한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9일 한 회장은 이번 사건은 당사자(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ㆍ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ㆍ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현 경영진과는 선을 그었다.
한 회장은 이날 신 전 사장을 의식해 "신한 사태와 관련해 유감 표명으로는 대응이 안 될 것 같다. 여러 대화가 필요하며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갈 길이 멀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횡령과 관련해서만 2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신한은행이 고소한 내용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이례적으로 "신한은행 측 고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 라응찬 전 회장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신 전 사장은 사법부 판결이 나왔는데도 신한금융이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이 고소한 대부분이 무죄로 나왔기 때문에 신한은행은 무고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과잉 대응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하루라도 복직해 다시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신한은행은 모든 신한인의 땀과 열정이 합쳐져 오늘날이 있게 됐는데, 과거 경영진 간에 벌어진 사태는 신한 브랜드 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과거 지향적으로 가면 신한에도 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번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를 현미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 전 사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신년인사를 하고 항소심 재판 결과를 설명하러 10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할 예정이다.
주요 주주와 이사진을 만나 법원 판결 취지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신 전 사장은 이희건 명예회장 묘소를 찾아보고 신한은행 모태가 된 오사카 지역 주주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신한금융지주 한 고위 임원은 지난 7일 오사카, 나고야 지역 주주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하러 출국했다. 서로 주주들을 자기편으로 삼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측면이 있다.
한 회장은 3월 하순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최종 확정 지을 예정이지만 재일교포들 움직임에 따라 쉽지 않은 과정을 겪을 수도 있다.
한 회장은 지난 3일 신 전 사장을 개별적으로 만났고, 이보다 앞서 이백순 전 행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조직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며 "누구나 할 말이 있게 마련이지만 말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은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무죄 판결을 받은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 사장은 신한데이타를 상대로 부당해고에 따른 잔여 급여 지급 소송
한 회장은 올해 경영 계획과 관련해 증권사 인수에는 관심이 없고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큰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한 회장은 "인수ㆍ합병(M&A)은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에 기여하는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시장 매물을 인수해도 기여도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