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일보다 2.9원 내린 1068.3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엔저 현상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엔저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이 원화값 방향을 일시적으로나마 틀어놓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엔저가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엔저를 언급하면서 이날 외환당국에서 직접 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일 원화값이 10원이나 급락한 것은 당국 개입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이런 심리를 읽고 달러화 매도보다는 매수에 나섰다. 6일부터는 역외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힘이 세졌다.
1월 2일과 3일 이틀간 나온 외국인 주식 매도도 원화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사고 원화를 팔았기 때문이다.
6일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보고서도 심리적인 영향을 줬다.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 방어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한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투자자들 심리를 흔들었다.
원화값이 하락하자 그동안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던 수출업체들 네고 물량도 자취를 감췄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통상 1월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어)수출 영향이 둔화되는 달"이라면서 "원화값이 하락했지만 1080원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원화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환율을 비롯한 시장 동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가 참여한다. 관계당국은 최근 며칠간 원화가치가 하락했지만 원화절상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99.2%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연중 동결을 예상했던 골드만삭스가 금통위를 앞두고 갑자기 금리 인하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골드만삭스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하성근 금통위원이 홀로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것처럼 일부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주 기자 / 정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