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3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2013년 자본시장 성적 결산◆
2013년 인수·합병(M&A)시장은 '구조조정의 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구조조정성 매물 일색이었다.
지난해 첫 영업일(1월2일)에 마침표를 찍은 웅진코웨이부터 12월 3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경남은행·광주은행까지 정부와 채권은행에서 내놓은 매물이 시장을 지배한 탓이다. 지난해 M&A 시장을 주도한 딜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3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딜은 지난해 10월 본계약이 체결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매각 건으로 23억달러(2조442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2.7%를 코닝에 넘기는 대신 코닝 지분 7.4%를 받아 코닝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내용이다. 삼성은 이 주식 스왑 외에 4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총 23억달러어치의 코닝 전환우선주를 사들였다.
코닝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7.3%)까지 합치면 3조원에 이르는 대형 딜이다.
이번 지분매각은 삼성이 LCD위주의 산업구조를 정리하는 대신 OLED 등 신소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선제적인 사업부문 구조조정인 셈이다.
2년을 끌어온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도 결실을 맺었다. 마침내 찾은 새 주인은 금융사가 아닌 사모투자회사 MBK파트너스였다. MBK는 유력한 경쟁자인 보고펀드를 꺾고 1조8400억원에 ING생명을 품었다.
지난해 상반기 웅진코웨이와 네파, 일본 고메다커피 등을 연이어 삼킨 MBK파트너스는 생명보험업계 5위의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재계 10위권에 맞먹는 기업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벼랑 끝에 몰렸던 웅진·STX그룹의 상당수 알짜계열사들은 해외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지난해 말 GS와 LG상사가 STX에너지를 일본계 오릭스로부터 되사오면서 국내 자본의 명맥을 이은 정도다.
웅진케미칼은 일본계 소재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로 주인이 바뀌었다.
STX에너지는 2012년 말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지분 96.35%가 일본 오릭스에 넘어갔다.
오릭스는 지난해 말 GS-LG상사 컨소시엄과 STX에너지 지분 72%에 대한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1년만에 엑시트하는데 성공했다. STX에너지 지분을 6300억원에 사들인 오릭스는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24.35%의 지분을 남겼다.
STX유럽법인의 특수선사업부는 7700억원에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오일앤드가스로 넘어갔다.
정부의 공적자금회수에도 속도가 붙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 2월 구조조정기금을 청산한데 이어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돌입해 우리투자증권·지방은행 등 계열사 매각을 진행했다.
우리파이낸셜이 KB금융에, 우리F&I가 대신증권에 팔린데 이어 연말에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자산운용 등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숨가쁘게 마무리됐다.
캠코의 구조조정기금에서 채권단으로 주인이 바뀐 쌍용건설은 끝내 매각이 무산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도 재무상황이 어려운 대기업의 계열사들이
LIG손해보험과 동양증권이 지난해 말 매각절차에 들어가면서 상반기 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과 현대그룹 등 대기업집단과 해운·건설 등 코너에 몰린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장이 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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