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시아 신흥 시장 중 하나 정도로 인식되던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이 독립적인 선진 투자처로 부상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조 원을 운용하는 컬럼비아대, 조지워싱턴대, 듀크대 등 미국 명문대 재단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자본시장 투자를 위한 미팅을 갖는다.
이들 대학 재단과 미팅이 예정된 곳은 페트라투자자문, 안다투자자문 등 5~6개사로 알려졌다.
조지워싱턴대가 8일에 3~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다음주 중 컬럼비아대가 하루 일정으로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듀크대는 아직 방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달 중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기금들이 보수적 투자 철학에 기반해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기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 방문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조지워싱턴대와 듀크대는 아직까지 한국 시장 투자가 전무하다. 컬럼비아대는 수년 전 아시아 이머징 마켓 투자의 일환으로 홍콩ㆍ싱가포르 운용사를 통해 한국에 간접투자한 게 고작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시아 신흥 시장 중 몇 안 되는 경상수지 흑자 국가로 주목받자 이 대학 재단들은 한국을 범아시아 자본시장에서 차별화된 선진 투자처로 판단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찬형 페트라투자자문 전무는 "그동안 미국 대학 기금들의 한국 투자는 이머징 마켓 투자 차원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내 매니저를 통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미국 대학 기금들의 이번 한국 방문은 한국 자본시장을 독립적인 하나의 투자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미국 대학들은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기금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고위험자산 투자도 늘리고 있다.
대학들이 이번에 미팅하는 국내 금융투자회사 면면을 살펴보면 인덱스 투자 위주의 뮤추얼 펀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투자 차원에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대학 기금들이 조 단위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우선 컬럼비아대는 기금 규모가 작년 6월 말 기준 82억달러(8조7500억여 원)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 전체 대학 기금 중 8위에 해당한
듀크대도 기금 규모가 60억달러(6조4000억여 원)로 미국 대학 가운데 대표적인 큰손 중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운용수익률은 13.5%로 컬럼비아대를 웃돌았다. 조지워싱턴대 기금 규모는 14억달러(1조5000억여 원)로 작년 수익률은 9.85%를 기록했다.
[김혜순 기자 /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