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한 건설사들 자금조달 창구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와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해 나가면서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전단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발행하는 전단채는 대부분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초단기 사채라 유동성 위기(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기존 ABCP나 은행(저축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과 비교해 만기연장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CP와 ABCP 등에 대한 공시의무가 강화된 5월 이후부터 백화점 등 유통회사와 카드, 캐피탈사 등 초단기 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들이 전단채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4월까지도 300억원대에 그치던 전단채 발행량은 5월 1조2000억원 돌파한 이후부터 급격히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투자자가 50명 이상이 CP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바 있다.
전단채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융통하는 건설사들이 시장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미래에 발생할 분양수익금 등을 담보로 한 자산단보부전자단기사채(ABSTB)를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대부분 은행(저축은행)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의존해 왔던 건설사들은 CP규제 강화 이후 ABSTB 발행을 크게 늘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3개월 미만 전단채를 활용해 자금조달 구조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들어 전체 전단채 중 8조719억원 가량이 30일에서 89일짜리 단기 사채로 발행됐다. 기존 건설사들 자금조달 통로였던 ABCP 발행은 계속 줄어드는 양상이다.
건설사들이 전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문제점은 3개월 마다 만기를 연장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기가 짧아진 만큼 부동산 환경이 악화 돼 투자자가 이탈하는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자금조달 변경이 줄을 잇고 있다. 대규모 송도국제업무도시 개발사업을 위해 조달했던 PF론을 ABCP와 ABSTB 등으로 전환한 포스코건설이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8일 금융권 PF론을 직접 금융시장 자금조달로 변경하기 위해 ABSTB 등을 발행해 2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K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주관 증권사들이 각각 3000~6000억원씩 나눠 총액인수방식으로 발행했다.
3개월 만기 ABSTB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포스코건설은 PF사업 기간인 2017년 12월 19일까지 총 10~20회가량 만기를 연장해 대출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이번 자금 조달을 위해 포스코건설이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SPC) 중 하나인 '뉴시티드림제일차'는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주관해 1150억원어치 ABSTB를 발행했다. 뉴시티드림제일차는 1150억원 규모 대출을 총 17회 만기 연장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을 이번 딜에서 뉴시티드림제일차와 같은 유동화전문회사를 총 14개 이상 설립해 자금을 조달한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부분 PF는 2~3년 만기로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단채로 조달하면 몇 개월마다 한번씩 만기를 연장해야 되므로 자금조달 안정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에 투자하던 투자자가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될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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