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임대차보호 대상 비율이 5% 미만으로 추정되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모습. [매경DB] |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테리어 소품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 모씨(38)는 내년 1월 1일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된다는 얘기를 듣고 신문을 펼쳤다가 실망만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상가임대차보호가 강화되지만 가로수길은 물론 서울 시내 많은 점포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 대상이 되는 환산보증금(월세×100) 기준이 서울의 경우 종전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된다. 김씨는 2009년부터 가로수길에서 전용면적 66㎡ 점포를 임차하고 있는데 월세가 800만원이나 된다. 환산보증금이 8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법정 보호한도인 4억원을 훌쩍 넘어 보호대상이 아니다.
김씨는 "4억원이라는 일정 금액으로 획일화하기보다는 권역별로 세분하는 게 실질적인 보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가 늘면서 상가 임대차의 주 수요층인 자영업자는 계속 증가 추세다. 임대료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임대인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임차인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관련 분쟁이 끊기지 않았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은 여전히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시장에선 금액을 획일화하기보다는 지역별로 세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2009년 이후 자체 등록한 290만개 점포 매물의 환산보증금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35%가량만 보호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기 상권인 가로수길의 경우 보호대상인 환산보증금 4억원 이내 점포는 5% 미만으로 추정된다. 상가를 빌려 장사를 하는 이들 대부분이 내년 보호한도 상향 이후에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보호 강화를 앞두고 상가 주인이 환산보증금을 보호 대상 밖인 4억원 이상으로 올린 경우도 허다하다. 가로수길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보호 강화 얘기가 나온 7월 이후
장용훈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권리금과 월세 편차가 큰 서울 지역을 동일한 환산보증금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서울 강남권ㆍ명동권, 수도권 신도시 등 권역을 조정해 보호대상을 세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