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장 둔화 우려로 애플 주가는 상반기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하반기 이후 힘을 내더니 어느새 저점 대비 40% 이상 오르며 연중 고점을 경신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애플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앤디 루빈이 이끌고 있는 구글 로보틱스그룹은 최근 6개월간 7개 로봇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여하튼 구글은 올해 들어 최소 16개 이상, 2010년 이후 80여 개 기업을 M&A하며 기존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주가도 어느새 1000달러를 훌쩍 넘어 연초 대비 50% 이상 상승하며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이들과 함께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빅3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연초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두 회사의 적극적인 M&A 뉴스와 맞물려 볼 때 삼성전자가 이들과 비교해 프런티어와 혁신 이미지보다는 패스트폴로어 이미지가 커 밸류에이션에 있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IT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진정한 IT 산업 리더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좀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IT 산업에서 M&A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우선 기술 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 자체 역량만으로는 이를 쫓아가기 어렵고, IT 산업과 타 산업의 융합이 중요해지면서 대비해야 하는 기술 스펙트럼이 대폭 넓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단순한 인력 빼가기가 아닌 기술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이를 타 분야와 접목해
삼성전자도 이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고민과 조사를 해왔을 것이다. 2014년에는 과연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M&A를 통해 향후 추가 성장의 포텐셜을 확보해나가고, 이를 통해 글로벌 IT 리더에 걸맞은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