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행사가 많아 술, 도박, 성(性) 과 관련된, 이른바 '죄악주'의 성수기로 불린다. 그런데 12월에 들어섰는데도 관련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원인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3분기 실적이다.
주류 업체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406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가 줄었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소주 시장에서는 더 이상 매출을 늘리기 힘들다"며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맥주 사업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OB(Cass)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2012년부터는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2013년 3월 기준 OB의 시장점유율은 59.5%, 하이트맥주는 40.5%이다.
신성장동력이 부재하는 상태에서 경쟁에서까지 밀리니 투자자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지난 7월 2일 3만1650원을 최고점으로 이후 하락해 지난 4일에는 2만4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담배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KT&G도 추징금 폭탄 때문에 울적한 3분기 실적을 내놨다. KT&G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1조240억원과 7.6% 줄어든 2930억원이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7%나 줄었다.
KT&G 측은 부진한 당기순이익에 대해 "지난 10월 말 추징금을 448억원을 부과받았다"며 "납세 금액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주요 담배 수출국인 이란의 현지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여금과 미수금 등 대손상각비 규모가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의 환율 조정이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대손상각비는 3분기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투자자들의 반응에 '야속하다'는 업체도 있다. 콘돔 제조업체인 유니더스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9230만원을 기록했지만 누적 실적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3분기 수출 물량이 유난히 2분기에 몰린 탓에 실적이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유니더스 매출은 선적(船積) 시점을 기준으로 잡는다"며 "대표적 매출처인 브라질 보건성과 미국 USAID 주문량이 올해는 2분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매출액을 따진다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더스의 3
업체 측은 최근 하락세인 주가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만큼 환율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환율이 1000원 초반에 머무르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됐다"고 전했다.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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