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3일 매일경제 기자를 만나 회사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그의 재임시설 미술품 구입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조사하자 오해를 막고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회사와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하나고 이사장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은 "(작년 회장에서 물러난 후)하나금융 경영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싫어서)하나금융 사외이사실에 남아 있는 내 짐을 하나고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을 떠난다는 게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어서 그러는 것처럼 비칠까봐 부담스럽다"며 "(고문직으로)계약한 기간이 있고 그것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막후 경영' 의구심에 대해 "그런 걸 내가 왜 하느냐"며 "(퇴임 후 막후 경영)할 거면 내가 왜 물러났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퇴임 후 하나금융 사무실 들렀던 것에 대해 그는 "(하나금융에)내 방은 있지도 않았고 손님을 만나기 위해 사외이사실에 들렀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그 대상에 미술품 구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미술품 4000여 점을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샀는데 자금이 그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예전에 금융회사 인수를 많이 하다 보니 딸려온 그림들이 많았는데 그걸 전산정리하다 보니 그런 숫자가 된 것일 뿐이고 대부분은 저가 그림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림 사는 데 관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5~6년간은 사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당분간 하나고에서 후학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나는 금융권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앞으로는 학생
김 전 회장 사무실 한쪽에는 하나금융 본사 내 사무실에서 가져온 짐들이 풀리지도 않은 채 놓여 있었다. 그는 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동안 사람들을 만날 때 이곳(하나고)까지 오라고 하기 미안해 (하나금융 사외이사실을)잠깐잠깐 사용했을 뿐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규식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