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과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전체적으로는 승진 규모가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서현 부사장은 만 3년간 부사장 직책을 유지하며 통상적인 부사장 연한을 채웠고 실적도 나쁘지 않아 사장으로 승진할 개연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등 다른 형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이 늦어진 점도 승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 부사장이 관할하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 만큼 에버랜드 사장으로 갈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나오고 있으나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승진했고 사장 경력이 이제 3년이어서 이번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ㆍ모바일)부문 사장의 경우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S 판매 호조로 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핵심 주역이기 때문이다. 가전부문에서 달성한 높은 실적을 근거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의 승진설도 있다.
다만 신 사장과 윤 사장 모두 사장 경력이 3~4년 내외로 길지 않은 점이 부회장 승진에 걸림돌이다. 삼성그룹 부회장은 평균 7~8년의 사장 경력을 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E부문과 IM부문이 별도 사업체로 독립된 경영을 하고 있고 각 사장이 모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어 두 사장 중에 누가 승진을 하든 삼성전자 경영에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룹 전반의 승진 규모는 괄목할 만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 CEO는 교체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실적에 따른 '신상필벌' 원칙이 지켜진다는 의미다. 실적과 무관하게 연령대가 높은 임원들도 승진 또는 교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재용 부회장 승진 이후 세대교체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의 DNA를 여타 계열사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승진이 이뤄지고 삼성전자 출신이 타 계열사 주요 경영진으로 나가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를 앞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의 이동설이 제기됐다. 최 사장은 GE 임원 출신으로 삼성전자 삼성SDI 사장을 거쳐 삼성카드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투입된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의 이동 가능성도 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옮겨가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사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가 삼성에버랜드 한 곳에 모일지도 관심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의 25.1% 외에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씩 보유하고 있다.
[이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