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무서운 질주가 내년에도 계속될까.
SK하이닉스 주가는 중국 우시 공장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 9월 4일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2만8650원에서 3만5900원으로 25.3%나 상승했다. 10월 주가 조정이 있었지만 최근 다시 가파르게 오름세를 탔다. 특히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9월 4일 이후 외국인 지분율은 33.2%에서 41.8%로 8%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 '삼국지'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올해 초에 비해 3배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반면 휴대폰이 전사 영업이익의 70%를 넘는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는 게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D램 업체가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기술(IT) 종목 패러다임 변화 때문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첫 출시 이후 시장에서는 'IT주=스마트폰 제조사'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종목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화웨이와 레노버 등 중국 휴대폰 업체 기술력이 삼성과 애플을 위협할 정도로 따라왔고,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경쟁자가 많아지는 대신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다. 예전 같은 이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정반대다. 조단위 설비투자를 견디다 못한 중소업체의 탈락으로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마이크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0% 수준에서 최근에는 90%를 넘게 됐다.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공급량도 빠르게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는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꾸준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수급 상황이 괜찮은 데다 세계 D램 공급 10%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로 그동안 쌓여 있던 재고가 소진돼 D램 가격 안정화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피크였던 1995년의 408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무 측면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D램 산업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지출(CAPEX)은 매출액의 50%를 넘었다. 하지만 시장의 과점화와 기술 학습효과 등의 이유로 이 비중은 30%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기업가치 분석(밸류에이션)의 분모에 해당하는 잉여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잉여현금흐름은 일반적으로 순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CAPEX와 운전자본 증가분을 빼서 계산한다. 차감해야 할 CAPEX가 줄어드니 잉여현금흐름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이론상' 목표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D램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숨겨진 이유다.
다른 재무적 수치도 SK하이닉스의 질주를 설명해준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2분기부터 삼성전자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우시 공장 화재의 악영향은 없을까. 임돌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화재는 10월 주가 조정에 이미 반영됐다"며 "글로벌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로 인해 오히려 내년 연간 이익이 사고 이전 추정치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심의 반도체 수요 성장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한 게 맞지만, 그만큼 고속 성장에 따른 높은 침투율로 향후 전망을 일방적으로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수요는 공급보다 비과학적이었고 항상 예측 오류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