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자문형 랩어카운트(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해외 헤지펀드를 경쟁적으로 들여와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잇단 중동사태로 코스피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강남 거액 자산가 등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에 상관없이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수요가 부쩍 늘었다.
랩에 이어 헤지펀드로 부자 고객들을 잡기 위한 `제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 헤지펀드 도입 경쟁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데는 고액 자산가들의 `까다로워진 입맛`이 한몫한다.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이자를 웃도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열리고, 믿었던 증시마저 부진하자 `좀 더 안전하면서 기대 수익률도 높은 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장성철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강남점 지점장은 "부자들 관심이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자문형 랩과 주식을 불안하게 여기는 투자자가 많아 틈새상품으로 헤지펀드가 뜨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우증권은 이번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영국 애스펙트캐피털 헤지펀드를 묶어서 만든 `한국골디락스 1호` 사모펀드를 내놓는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9일부터 `프리미어블루 헤지펀드`를 판매 중이고, 삼성증권은 지난달 글로벌 대표 헤지펀드사인 맨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북극성 알파 사모펀드` 1호와 2호를 총 200억원 규모로 설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윈톤퓨처스와 공동으로 내놓은 `글로벌 CTA 사모펀드`에는 이달까지 총 500억원이 몰렸다.
◆ 채권 대체상품 될까
일반 주식형펀드는 `코스피+α 수준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식의 목표를 내걸지만 헤지펀드는 비교대상으로 삼는 소위 벤치마크(기준지수)가 없다.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절대수익)을 낸다는 게 목표다.
국내 헤지펀드는 통상 연 평균 10% 수익률을 추구한다.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강조해 헤지펀드를 `채권 대체상품`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국내 판매 헤지펀드는 CTA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이 주류를 이룬다.
CTA는 통화 주식 채권 등 전 세계 200여 개 선물에 투자하는 가장 보편적인 헤지펀드 전략이다.
정규시장에서 거래되는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고 다른 헤지펀드에 비해 환매가 용이하기 때문에 대부분 증권사가 CTA 펀드를 `수입`해 팔고 있다.
김성하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 이사는 "환매에 수개월이 걸리는 다른 헤지펀드에 비해 CTA 펀드는 투자자들 요구가 있을 때 1개월 안에 환매가 가능해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자들 사모펀드 가입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에게 헤지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금융감독원에 전문투자자용 집합투자기구 등록을 하면 기관을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개인도 49명 이하로 일반 사모펀드를 구성한 후 이 사모펀드에 헤지펀드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기관화된 개인`은 헤지펀드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헤지펀드 판매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증권사는 프라이빗뱅커(PB)와 지점 등을 통해 일정 기준 이상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고액 자산가들을 모집해 사모펀드를 만든 후 여기에 자사와 판매 계약을 맺은 해외 헤지펀드를 2~3개
■ <용어설명>
▷ 헤지펀드 : 소수 투자자에게서 사모 형태로 자금을 모집한 후 차입투자, 차익거래, 롱쇼트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해 연 10%대 절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펀드를 말한다. 목표보다 높은 수익을 달성하면 통상 펀드매니저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김정환 기자 /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