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아파트 리모델링 허용 연한은 15년이고, 가구 수 증가 없는 가구별 주거 전용면적 30% 이내에서만 증축이 허용되고 있다. 100㎡ 크기 아파트 100가구를 가정하면 가구 수 증가 없이 주택 크기만 130㎡로 늘릴 수 있다.
국토해양부와 리모델링협회 간에 수직증축 문제를 두고 한창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강남권 리모델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중층 재건축이 각종 규제 때문에 벽에 막히면서 비용 부담이 적은 리모델링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강남권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궁금증 3가지를 꼽아봤다.
궁금증1
리모델링 수익성 있나
강남 소형 평형, 2억원 이상 시세차익 기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추진위원회 등을 설립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계획 중인 곳은 전국 110개 단지, 6만6940가구다. 이 중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총 45개 단지 2만5130가구로 나머지 65개 단지는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서울로만 범위를 좁혀보면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곳은 50여곳, 사업 규모만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윤곽을 드러낸 사업은 강남3구에만 10여개가 몰려 있는데 청담·대치·도곡동 리모델링이 관심을 끈다.
대표적인 단지는 89년 준공한 청담동 청담두산아파트다. 청담두산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지난 1월 분담금을 확정짓고 2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지하 2층~지상 15층으로 공급면적 102㎡, 177가구인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이후 지하 2층~지상 16층 135㎡의 중대형 아파트 단지로 변신한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고 입주는 2013년 11월 예정이다.
대치동에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꽤 많다. 역시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은 대치동 대치우성2차는 지난 1월 강남구청에서 리모델링 허가를 받았다. 조만간 분담금 총회를 열고 6월부터 이주할 예정이다. 총 354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리모델링 이후 전용면적 106㎡가 139㎡로 늘어난다. 2014년 1월 입주 예정이다.
대치현대1차아파트 역시 지난 1월 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간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총 120가구인 이 단지는 리모델링 후 106㎡(전용 84㎡)가 139㎡(전용 109㎡)로 커진다. 용적률도 현재 249%에서 356%로 대폭 높아진다.
이미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곳도 있다. 쌍용건설이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도곡동 동신아파트는 5월 입주를 앞뒀다. 기존 지하 1층, 지상 12층 건물이 지하 3층, 지상 12~13층으로 변신한다. 59~178㎡ 아파트 384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용적률이 188%에서 291%로 늘어나면서 면적이 15㎡ 이상 넓어진다.
중형 평형 리모델링은 수익성 낮아
리모델링 사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관건은 수익성이다. 리모델링 이후 수익성이 높지 않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청담두산은 현재 시세가 9억원 선으로 공사비, 이주비 등을 합해 3억50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책정한 리모델링 공사비가 3.3㎡당 394만여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총 분담금은 12억5000만원 선.
하지만 한강 조망권 등을 감안하면 리모델링 후 예상 시세는 15억원 선으로 2억5000만원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3억5000만원으로 책정된 가구 부담금액을 전부 금융기관에서 빌릴 경우 약 5000만원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실제 시세차익은 2억원 선이다.
대치현대1차 106㎡ 매매가 역시 8억~9억원 선인 걸 감안하면 리모델링 후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13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대치현대1차 106㎡ 실거래가는 8억6500만원이었다. 그러면 각종 분담금을 제외하고 조합원당 1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아파트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약 400만원 정도인데 면적 증가량은 30㎡이고 평가가치를 3000만원으로 책정한다면 이사 및 금융비용을 고려하더라도 2억원 정도의 차익은 날 것”이라며 “리모델링 신축 후 신규 아파트로서의 가격 상승폭을 고려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리모델링을 완료한 단지 성공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당산동 쌍용예가클래식의 가구별 공사비는 약 9000만~1억7000만원 수준. 72.6㎡(22평)가 93.5㎡(28평)로, 92.1㎡(28평)는 115.3㎡(34평)로 가구별 20㎡ 이상 면적이 늘어났다. 리모델링 기간은 불과 2년이었지만 리모델링 전 3.3㎡당 980만원대였던 시세가 리모델링 이후 17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시세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모든 평형, 단지가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은 강남권 소형 단지에서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대형 평형은 굳이 면적을 늘리려는 수요가 없고, 강남권 이외 지역은 추가분담금에 비해 시세차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원 80%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팀장은 “대체로 리모델링 사업이 현실화된 아파트 단지의 경우 300가구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투자가치보다는 실수요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투자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대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금증2
리모델링 최대 수혜지는 어디?
대치우성2차 가치 높아
강남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최대 수혜지는 어디일까. 단연 대치동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대치우성2차아파트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일수 팀장은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되면서 대치동 일대 전세 가격 상승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치우성2차와 대치현대1차 중 가구 수가 많은 대치우성2차 투자가치가 높다”고 내다봤다. 김종선 리치에셋 이사 역시 “대치우성2차는 북쪽으로 삼성역, 남동쪽으로 학여울역이 위치해 지하철 접근성이 좋고 대현·도곡초, 휘문중고, 단대부고 등 학군이 매력적”이라며 “주거가치 측면에서도 서쪽으로 한티역을 중심으로 도곡렉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현대아이파크 등 강남을 주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고, 남쪽으로 은마·선경아파트 등이 가까운 게 장점”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354가구가 단일 규모(전용 85㎡)로 구성돼 입주민 간 이해조정 과정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어 사업 추진 속도 역시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선 이사는 “우성2차는 전고점 가격 대비 1억원 정도 낮아 거품이 상대적으로 덜 껴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경우 리모델링 추진 단지와 주변 아파트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대치우성2차 실거래가(전용 85㎡)는 8억~8억3500만원 선이다.
대치현대1차와 청담두산아파트도 리모델링 가치가 높은 단지로 꼽힌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청담두산아파트는 본격적인 이주, 공사에 착수해 추진이 빠르고 한강변에 위치해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부의 중심이 기존 대치, 도곡, 개포에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용산, 여의도, 반포, 잠원, 압구정, 청담, 자양동으로 바뀌는 것도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입지 면에서 대치현대1차는 대치동 학원가의 중심에 있으면서 단지 규모도 어느 정도 크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과 비교한 리모델링 단지 투자가치는 괜찮을까.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가구 분담금이 비슷하다면 리모델링으로 인한 이익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주변 시세와 가구별 분담금 비교에서 이익이 큰 곳, 즉 주변 시세가 높은 곳이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때 대중교통 편의성, 문화 및 편의시설, 교육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또 같은 리모델링이라도 입주 후 관리비 등 총 운영비를 고려하면 단지 규모가 조금이라도 큰 곳이 유리하다. 다만 리모델링 단지에 투자하려면 집값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즉, 현 시세 움직임에 따라 투자가치 편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궁금증3
리모델링 수직증축 해법은 없나
총량제 대안 부상, 상반기 중 결론 날 듯
강남권은 리모델링 추진이 그나마 원활하지만 수도권은 사정이 다르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수직증축을 통해 늘어난 가구에 대한 일반분양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분당의 경우 건축연한이 15년 이상 돼 리모델링을 할 수 있지만 사업성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여전히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직증축은 안전성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고 집값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최근 들어 1기 신도시 주민들과 리모델링협회 등 업계 불만이 많자 국토부도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중 수직증축 등 다양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하반기 중 제도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일수 팀장은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노후주택 활용을 위해서라도 수직증축 문제점을 보완해 건축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양재모 교수는 “수직증축은 결국 용적률 확대와 사업비용 문제”라며 “이를 허용하는 경우 리모델링 사업성은 확보되겠지만 결과적으로 편법적 재건축을 허용하게 돼 재건축연한제한규정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직증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업계에선 ‘총량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총량제는 현재 전용면적 확대 기준인 30%까지 원하지 않는 가구 몫을 가져와서 다른 가구 확대 규모를 더 키우거나 추가 가구 증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지 전체를 하나의 총량으로 보면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 넓게 보면 리모델링은 사업을 통한 이익 확대보다는 주거문화개선사업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멸실로 전세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에서 리모델링을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건축물 668만동 가운데 지은 지 15년 이상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건축물은 465만동으로 69.7%를 차지한다. 더군다나 리모델링 ‘사정권’에 든 건축물 비율은 부산이 84%로 가장 높고 서울은 79% 수준이다. 공급물량이 급감하고 사업부지를 좀처럼 찾기 힘든 서울, 수도권은 사실상 ‘발등에 불’이란 지적이다. 결국 무작정 수직증축을 막을 게 아니라 기술적 보완책을 마련한 후 점차적으로 리모델링을 허용해주는 해법이 필요하다.
한태욱 위원은 “가구별로 기존 전용면적의 30% 이하라는 원칙만 규제하고 방법은 주민들에게 맡기되 일반분양은 재건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5호(11.03.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