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골목 곳곳에는 불이 나면 누구나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도록 '보이는 소화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꼬불꼬불 비좁은 통로 등에서는 화재 초기 소방차 1대와 맞먹을 정도의 대응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3년간 1천여 건이 활용돼 무려 70억 원 가까이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소화기의 관리는 어떨까요?
장동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난로 배관에서 불똥이 떨어지더니 5분여 만에 사방으로 번집니다.
타는 냄새에 뛰쳐나온 남성들이 붉은 상자에서 신속하게 소화기를 꺼내 초기 진화에 나섭니다.
▶ 인터뷰(☎) : 강승진 / 보이는 소화기 활용 시민
- "(소화기를 쓴) 그 시간이 한 7~8분 걸렸을 거예요. 다하고 나니까 불길이 거의 잡혔고, 그때 소방차가 도착했죠."
서울의 또 다른 주택가에서도 쓰레기에 붙은 불길이 커지자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벽에 달려있던 소화기를 들고 와 불을 끕니다.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난 건데, 주택으로 번졌다면 인명 피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던 상황입니다.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된 '보이는 소화기'는 큰불이 났을 때 이처럼 누구나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가나 담장에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에서만 쪽방촌이나 전통시장, 상가 밀집지역처럼 불이 나기 쉬운 장소를 중심으로 4만 5천여 대가 설치됐습니다.
▶ 인터뷰 : 신효우 / 서울 영등포소방서 현장대응단
- "(지난 3년간 서울에서) 약 1,035건 활용됐으며 피해 경감액은 약 69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MBN 취재진이 서울 영등포구와 중구, 종로구에 있는 보이는 소화기 50개를 살펴본 결과 보관함이 깨진 상태로 있거나 소화기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 스탠딩 : 장동건 / 기자
-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보이는 소화기'입니다.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돼 있지만, 이렇게 분리수거대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소화기를 꺼내려면 이걸 치워야 하는데, 위급한 상황에 바로 쓰기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주민이나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점검하되 그런 의무에 대한 부분들을 보상을 드리는 방법들, 이런 것들이 현실적이지 않나…."
서울시는 올해 유지·보수 예산을 지난해의 3배로 늘려 7억여 원을 편성했는데, 전체 소화기의 10분의 1만 관리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MBN뉴스 장동건입니다.[notactor@mk.co.kr]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송지수
취재협조 : 서울소방재난본부·서울 강동소방서·서울 영등포소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