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4)
"거짓말은 고도의 두뇌게임이야, 앞 얘기 뒷얘기 받쳐줘야 하고, 거기다 창작의 고통까지"
그녀는 '거짓말엔 창의성이 중요하므로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고도 경고하죠.
그런데, 이 위험한 창의성에 함부로 도전한 이가 있습니다.
지난 6월, 부산 동래구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회사원입니다. 그는 벌금 6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죠.
그런데 3개월 후 언론보도로 그의 진짜 직업이 드러납니다. 일반 회사원이 아닌 부산 북구의회 의원이었습니다.
원래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공무원을 수사하면 그 결과를 해당 기관에 알려야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알리지 않았죠. 아니, 알리지 못했습니다.
해당 구의원이 자기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속였으니까요. 당연히 의회 차원의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이런 의원님들이 더 많을 듯합니다. 마음 먹고 끝까지 숨기면 신분을 확인할 수 없거든요.
경찰과 검찰, 법원엔 일반 공무원과 달리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자신의 신분을 속여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사건 조사 당시 해당 구의원이 공무원인지 여부를 내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으로 검색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죠.
알리라고 해놓고는 알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놓질 않은 겁니다.
영화 '밀양' 中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선출직 공무원은 잘못하면 내부 징계뿐 아니라 국민의 심판까지 받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형사사건 결과가 의회에 통보되지 않아 범죄 사실이 알려지지 않다니요.
하긴 새빨간 거짓말이 다 탄로나도 꿈쩍 않는 금배지들도 많지만요.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조선이 망한 진짜 원인은 바로 거짓말이라는 게 도산의 진단이었습니다.
하긴 '정직이 곧 애국'이라는 것만 숙지해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마치 눈앞에선 본 양 실제처럼 막 던지는 의원은 나오지 않겠지요.
금배지가 아니라 거짓말 탐지기를 달아주고 싶은 국민의 심정을 저들은 알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거짓이 통하면 나라가 망한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