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해킹당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해킹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는데,
오늘<세상돋보기>에서는 '선택된 영재들' 7천 명 북한 해커의 실체를 파헤쳐봅니다.
조경진 기자, 어서오세요.
【 질문1 】
조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해킹당했다고 하는데, 피해가 심각한가요.
【 기자1 】
지난 4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20년 만에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했다고 크게 기뻐했던 사실 기억하실 것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대통령
- "우리도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세계 여덟 번째 쾌거입니다."
세계 여덟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곳이 바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인데,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해킹을 당한걸로 보입니다.
북한 해커조직 킴수키 소행으로 추정되는데, 최신 국산 전투기 KF-21의 설계도면이 탈취됐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매일 받는 사이버 공격이 160만 건 정도 되는데, 그중 90% 이상이 북한 해커들 소행으로 파악됩니다.
【 질문2 】
얼마 전에 전세계 은행이나 기업에서 1조 이상 빼돌렸던 북한 해커들 얼굴도 공개됐었잖아요?
【 기자2 】
네, 제 뒤로 보이는 사진이 미국이 공개수배한 북한의 해커 사진입니다.
해킹해서 빼돌린 돈은 핵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고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일한 자금줄로 보입니다.
과거 디도스 공격, 좀비 공격같은 동시다발적 해킹을 했는데 수법도 진화하고 있어 당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문종현 / 이스트시큐리티 이사
- "실제 공격자들이 쓰는 메일들을 분석해보면 굉장히 정교하고 내가 실제 관심 있는 업무 내용으로 보내고 있어서 쉽게 속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실제 지난달과 이달초 북한 해커들이 보내온 해킹 메일인데, 사례비 지급 명목으로 악성 문서 파일을 열어보게 유도하는 수법입니다.
【 질문3 】
과거에도 북한 해커가 우리 청와대 홈페이지를 뚫렸던 사건도 있었죠?
【 기자3 】
2013년 6월 25일, 당시 저희 MBN 보도 내용 직접 보시죠.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청와대 홈페이지.
난데없이 '통일 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라는 문구가 홈페이지를 점령합니다.
정부 조사 결과 당시 공격은 북한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일이 있기 석달 전 북한 해커들이 우리나라 언론사와 금융사를 공격해, 당시 방송사 한 곳이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어요.
이를 보고 어나니머스가 공개적으로 오는 6월 25일에 우리가 북한을 사이버 공격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는데 정작 그날 아침 10시 청와대 홈페이지가 공격당한 겁니다.
【 질문4 】
북한이 선제공격을 한거군요.
북한이 미국 영화사를 발칵 뒤집은 일도 있었죠?
【 기자4 】
미국에서 김정은 위원장 암살을 주제로한 영화를 찍고 있었는데 북한이 발끈해서 이 영화사 전체 시스템을 초토화시켜버립니다.
영화 개봉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말이죠.
【 질문4-1 】
그런데 영화는 개봉했던 것 같은데요?
【 기자4-1 】
당시 영화 원본이 별도로 보관돼 있어서 북한 해커들이 끝내 손에 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플랜 B로, 해킹해서 수집한 영화사 관계자들의 은밀한 정보로 영화 개봉을 막으려 협박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 질문5 】
이쯤되면 해커들의 실체가 궁금해집니다.
【 기자5 】
한마디로, 선택된 영재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똘똘한 아이들을 선별해서, 평양제1중학교와 금성제1중학교같은 영재학교에 보냅니다.
졸업하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되고요.
북한 해커조직은 4~5개로, 7천 명 수준인데, 정찰총국에서 집중 관리하는 군인 신분으로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해 '양날의 칼'이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정보와 자유로운 세계에 대해서 눈을 뜨는 세대들이 사이버전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충성심을 검증해도 무너질 수 있거든요.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금은 사이버전으로 북한이 이득을 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내의 변화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 클로징 】
해커들은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사이버상에서 빤히 다 볼텐데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조 기자 수고했어요.
[ 조경진 기자 / nice2088@mbn.co.kr ]
영상취재 : 김인성 기자·이형준 VJ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유영모